"외국 바이어와의 상담을 성공시키려면 전통문화가 담긴 그림동화책을
선물하라"

진정한 프로는 외국 바이어와 만날때 문화예술에 관한 대화로 말문을 튼다.

"어제 읽은 책의 마지막 문장이 어린시절의 나를 돌아보게 했다"든가
"지난 주말에 관람한 오페라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등 인간적인 친밀감
이 느껴지는 대화로 상담을 시작한다.

들이 단짝으로 "장사"얘기를 꺼내면 분위기가 딱딱해지고 신뢰감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접받는 상사맨이 되려면 전문지식외에도 문화예술에 관한 깊은
이해가 요구된다.

이는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국내에서 외국인과 상담하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 나라의 정신문화를 이해하려면 민담이나 전설등 옛날 이야기를 많이
아는 것이 유리하다.

수출입상담뿐만 아니라 투자유치 경제협력 등을 추진할때에는 특히 그 나라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중요하게 작용하므로 "문화의 원형"을 이해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도서출판 보림(대표 권종택)이 해외진출 기업인과 외국 어린이를 위해
펴낸 한국문화 그림책 "까치호랑이" 시리즈(전6종 30권)는 이런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한국민담의 원형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화의 참모습을 알려주는
그림동화 6권이 영.불.중.러.일 등 5개국어로 각각 번역출간된 것.

한글판도 별도로 나왔다.

이 시리즈는 해학과 풍자 권선징악 등 토속적 정서가 담긴 민담.설화를
소개함으로써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와 기업의 이미지를 높일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내용은 꼬부랑 할머니에게 팥죽 한그릇을 얻어먹은 알밤과 개똥 송곳 절구
등이 힘을 합쳐 심술궂은 호랑이를 물리친다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를
비롯, "견우직녀" "도깨비 방망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재주많은 다섯
친구" "반쪽이" 등으로 돼 있다.

옛이야기에 담긴 대립과 화해의 의미, 의성어와 의태어등 우리 언어의
풍성한 입말을 살려 한국문화의 특성을 쉽고 재미있게 형상화했으며 그림도
강렬한 색감의 민화부터 동양화 유화 수채화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 한국적
이미지를 깊이있게 담아냈다.

번역은 존 하비.이춘옥 부부(영어), 박미리(불어), 정추 이형숙(러시아어),
고종문 장배덕 박은숙(중국어), 나카무라 오사무, 이치바 준코(일어) 등
외국인과 해외교포 10명이 맡았다.

이 시리즈는 일반 외국인들에게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고 교포자녀들에게
고국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한편 현지법인.공장 근로자및 교육
기관 문화단체 등과 유대감을 넓히는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보림측은 해외진출 기업들을 위해 다른 지역 언어나 별도표지 등의 "주문식
맞춤제작"도 해줄 계획이다.

<고두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