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정치권에서 요구하고 있는 금융실명제보완이나 한시적 유보에
대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재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대출금 상환유예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입장이다.

이 두가지가 당면한 금융및 외환위기 극복에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관들의 입장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선 금융실명제 보완에 관해 청와대의 입장은 단호하다.

김영삼대통령이 지난 27일 새벽 밴쿠버 수행기자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
"금융실명제가 풀리거나 보완되면 대단히 불행한 나라가 될것"이라고 언급한
내용의 연장선상에 있다.

경제위기의 원인이 금융실명제에 있다는 주장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

금융실명제가 유보된다고 외환이 들어오거나 국내 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가
올라 가겠느냐는 것이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외환위기에서 비롯된 것인데 금융실명제와 외환위기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오히려 금융실명제를 유보하거나 유명무실하게 보완할 경우 금융기관의
구조개선이나 자금흐름의 투명성을 해친다고 외국투자자들은 해석,
대외신인도가 더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는 정부가 정기국회에 제출한 금융실명제 긴급명령 대체입법인
"금융실명거래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과 "자금세탁방지법"에 금융실명제에
대한 보완내용은 모두 담겨 있다고 주장한다.

청와대고위 관계자는 "실명제보완대책은 그동안 정부내에서 오랜 토론과
검토를 거쳐 대체입법에 모두 포함시켰다"며 "정치권이 자금세탁방지법을
처리하기 싫어 대체입법을 보류시킨 것 아니냐"며 정치권의 법안처리 기피를
비판했다.

보완할 내용은 정부의 대체입법에 모두 포함시켰으며 정치권에서 거론하는
무기명 장기채발행은 실명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므로 안된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 주장하는 은행대출금 상환유예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반대하고
있다.

현재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문제가 돼 금융및 외환위기가 일어났는데 대출금
상환을 유예하면 은행들의 국제신인도는 더 떨어질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기관의 막대한 부실채권이 대기업들의 부실로 인해 발생한 마당에
대기업들에 대출금상환을 유예해 준다면 일반국민들이 가만 있겠느냐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