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열 부총리겸 재경원장관이 28일 급거 일본까지 날아간 것은 IMF를
축으로한 국제적인 대한지원 신디케이션 구성과정에서 일본의 역할이 결정적
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일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되는 ''ASEAN+6'' 회담
에서 한국에 대한 지원 규모와 신디케이션 구성이 사실상 확정될 것인 만큼
일본의 사전 약속을 얻어내는 것이 정부로서는 긴급 사안이었다는 얘기다.

말레이시아 회의에는 미셀 캉드쉬 IMF총재가 주재하는 각국 재무장관
회담도 예정되어 있어 우리나라 금융지원에 대한 국제적인 결론이 사실상
이 회담에서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멕시코위기 과정에서 미국이 했던 역할을 이번에는 일본이
감당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고 지원금액 배분에서도 당시의 미국이 멕시코에
지원했던 2백억달러 수준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통화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신디케이션에서는
각각 45억달러와 30억달러를 지원했었다.

임부총리는 28일 저녁 미쯔오카 대장대신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금융위기의
증폭에는 일본의 금융기관들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요지의 항의성
발언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지난 9월 이후 일본계 금융기관들이 무려 69억달러의 단기외채를 무리하게
상환받는 과정에서 우리가 외환부족 사태를 겪게 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에
상응하는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 항의의 요지였다.

우리 정부는 그대신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통화기금(AMF)의 설립에
적극 협조하고 아시아 금융체제의 안정를 공동구축키로 하는 등 긴밀한
협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물론 AMF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은 IMF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과
상당한 견해차도 갖고 있다.

되도록 많은 자금을 신속하게 지원받아야 하는 우리정부로서는 교섭력의
극대화를 위해서라도 일보과 미국의 틈새를 파고 들어야 할 필요성이 지적
되어 왔었다.

전문가들은 일본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얻어냄으로써 IMF와 미국의
과도한 요구를 누그러 뜨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현재 일본에외도 호주 캐나다 등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선진국들
과 구제금융지원방안에 대해 별도의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다.

< 김성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