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터가 강하면 입주자가 해를 입는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아무개가 어느곳으로 이사를 했는데 몇달만에 큰 병에 걸렸다거나
부도가 나 망했다는등의 말을 요즘에도 듣는다.

과학이 눈부시게 발달한 시대에도 이같은 말들이 여전히 떠도는 것을
보면 이상할 정도이다.

어떤 면에선 풍수에 대한 관심은 예전에비해 더 높아졌다고 할수 있다.

그것은 풍수논리가 예부터 우리 실생활에 적용되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것으로 인정을 받았다는데서 그 이유를 일부 찾을수 있을 것이다.

물론 풍수를 과학이라고 규정하는데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풍수에 과학적 요소가 상당히 포함돼 있는 것은 부인할수 없다.

예를들어 풍수에서 가장 중시하는 바람을 현대과학에서는 비행기를
들어올리는 엄청난 힘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인구가 많고 상대적으로 택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풍수상 좋은 곳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그래서 요즘 인공으로 풍수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땅의 형세나 위치가 좋지않은 곳에 집을 지으면서 방위나 대문의 위치
가구 등을 풍수이론에 따라 좋은 곳에 배치, 바람과 기의 흐름을 원활히 해
명당으로 만드는 것이다.

과거의 풍수가 자연지형에서 명당이나 길지를 찾는 소극적인 것이었다면
현대의 풍수는 흉지를 피할수 있는 여건을 인위적으로 조성하거나 해를
최소화하는 적극적인 것으로 보고있는 셈이다.

사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좋은 땅을 구하는 것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명당으로 알려진 곳은 사기도 어려울뿐아니라 일단 샀다해도 나중에
주변개발로 인해 흉지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사거리 코너의 땅은 풍수상 길지로 보지만 고가도로가 그 위로 지나가
음지가 된다든지, 뒤에 산이 있고 앞이 탁 트인 전형적인 명당앞에
고층건물이 들어서고 뒤편 산을 깎아내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래서 적절한 공간배치로 흉지의 단점을 보완하는게 유행하는 것이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기의 흐름이 차단된 곳에 공기를
순환시킬수 있는 환풍기를 설치한다든지, 바람이 지나치게 세게 부는 곳에
나무를 심거나, 건축물을 세워 바람의 영향을 적게하는 것 등을 그 예로
들수 있다.

주택에서도 동쪽에 대문을 두고 서쪽에 화장실을 두며 북쪽에 부엌을
배치, 바람과 기의 흐름을 조절하는게 가능하다.

또 댐건설 도로확충 터널개통 고층건물건축 등을 통해서도 풍수적
환경을 바꿀수 있다.

오늘날의 풍수는 자연의존적인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인위적으로
바꿀수 있는 대상인 것이다.

정광영 <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