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기관 구조조정 작업 강도가 더욱 높아지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실무협의단은 금융기관의 부실여신 급증으로 유동성
부족사태에 직면했다고 판단, 영업정지대상 금융기관 명단을 작성하기 위한
기준마련에 이미 들어갔다.

IMF는 기준이 마련되는대로 다음주중 특정 금융기관에 대한 영업정지 등
사실상의 폐쇄조치 이행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미 금융및 증권가에는 시중 S,C은행이 살생부 명단에 올라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따라 태국및 인도네시아와 같은 금융기관 강제통폐합 요구란 최악의
상황이 조만간 가시화될 전망이다.

IMF가 이같은 강경방침을 결정한 것은 정부의 부실금융기관 처리방식으로는
현재 당면한 금융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할수 없다는 분석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MF는 일본조차 시중은행및 유명증권사가 잇따라 부도나고 있는데도 은행
폐쇄등 극약처방에는 소극적인 재경원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국제금융시장의 반응이 한국 부실금융기관의 대폭 정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판단도 한몫을 하고 있다.

재경원에 따르면 일본 대장성관계자는 지난 27일 은행 통폐합 등 한국의
금융개혁추진방향을 주시한뒤 자금지원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반응을 내비췄다.

일본은 이번 IMF 자금지원 대상국에서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할 국가인
만큼 이같은 발언은 의미가 크다.

독일및 영국계 은행도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크레딧라인 제공을 중지한지
오래이다.

더이상 끌 시간이 없는 만큼 충격적인 은행간 M&A 등 뼈를 깍는 고통없이는
한국에 대한 국제신인도의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IMF의 판단이다.

이와관련, 재경원 윤증현금융정책실장은 28일 "만약 IMF가 특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를 요구할 경우 이에 반대할 것"이라면서도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IMF의 뜻을 거역할 경우 자금지원도 받기 어려워진다.

재경원의 반발에도 불구, IMF가 구상하는 금융산업의 청사진대로 부실
금융기관이 잇따라 문 닫는 사태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

재경원 최중경 금융협력담당관도 28일 오후 공식브리핑 석상에서 "IMF가
아직까지 국내 특정 금융기관의 영업정지를 요구하지 않았다"며 "다만
IMF측 질문을 통해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위한 기준을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혀 IMF의 향후 의도를 짐작하게 했다.

IMF는 정부에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부실금융기관을 단시일내에, 한꺼번에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부실채권정리기금 발행이나 정부 보유주식의 현물출자, 한국은행 차입및
특융지원 등 기존 정부의 부실금융기관 처리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에따라 국채 발행및 예산의 조정을 통해서라도 회생가능성이 있는
금융기관의 증자에 참여, 실권주를 인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와함께 단기외채와 장기외화자산을 갖고 있는 금융기관의 처리에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재경원은 이와관련,8개 종금사의 외화자산및 부채를 양수하게된 7개
시중은행부터 IMF자금이 유입되는대로 장기자산을 담보로 단기외채를 대신
갚아줄 방침이다.

IMF는 국내 대기업의 과다한 차입구조에도 대단한 관심을 갖고 있다.

금융기관이 이처럼 부실화된 배경에는 기업이 직접금융시장보다는 간접
금융시장에 의존한채 중복 과잉투자한 이유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따라 IMF는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학살이후 실물부문에 대해서도 정부의
강력한 조치를 촉구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및 금융분야에서 경쟁력이 없으면 문 닫으라는 IMF의 요구로 당분간
한국경제는 극심한 혼란을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