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프로그램뿐 아니라 드라마도 온통 젊은이들 세상이다.

복잡하고 골치 아픈 세상,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는 더이상 시청자들의
주목을 못받기 때문일까.

신세대연기자들이 나와 방방 뛰며 "그냥 부담없이" 봐달라는 프로그램만
늘어간다.

KBS2TV가 이번주부터 방영을 시작한 "아무도 못말려"(월~금 오후8시)는
원룸텔을 무대로 대학생과 독신남녀의 신세대식 사랑법과 가치관을 그린
일일시트콤.

코믹연기로 이미지를 굳힌 박철이 원룸텔의 노총각 사장, 이상아가 스넥바
여주인으로 등장하고 이상인 진재영 신주리 이종수 이지훈이 원룸텔에서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로 나온다.

MBC시트콤 "남자셋 여자셋"과 상황설정, 등장인물등이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드라마PD가 아닌 중견 코미디PD가 연출을 맡아 "뭐가 다를까"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시트콤은 배경과 등장인물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매회마다 얼마나 참신한
소재를 발굴해 맛깔스럽게 엮어 나가느냐가 성공의 관건.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도한다는 점에선 코미디등 오락프로그램에 가깝지만
기본적으로 드라마인 이상 짜임새 있게 구성돼야 한다.

등장인물 개개인의 코믹연기도 중요하지만 꼬이고 풀어지는 상황이
시트콤의 진짜 재미라 할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아무도 못말려"는 여러가지로 허술한 점이 많다.

화요일 방영된 "여경찰"편.

박철이 여경찰과 사귀다가 온가족이 경찰인데 겁먹고 헤어지는 이야기와
재영이 밀수꾼에게 속아 다이어트화장품을 살뻔한 에피소드가 여경찰이
밀수꾼을 잡는 결말로 어설프게 엮여 있다.

여경찰의 가족이 서로 훈장(범인을 검거하다가 입은 상처)을 자랑하고
취조하듯 질문해 박철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저녁식사 장면은 상투적일
뿐 아니라 지나치게 길어 전체적인 구성의 빈약함만 드러냈다.

수요일 "파트너바꾸기"편에선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오직 재영의 변덕에
의해 가장무도회 파트너가 지훈에서 종수로, 종수에서 지훈으로 5번이나
왔다갔다 했다.

등장인물들의 코믹연기도 부자연스럽다.

어느 정도의 과장은 웃음을 촉발시키지만 억지로 짜낸 듯한 연기는
보는이에게 부담감만 줄 뿐이다.

배경엔 코믹한 상황이라고 웃음소리가 나오는데 정작 시청자는 전혀 웃지
않는다면 문제가 아닐까.

컴퓨터매니아(종수), 자칭 전위음악가(지훈)등을 등장시키고 인터넷화면
처럼 타이틀롤을 만드는등 젊은 감각을 쫓아가려는 시도는 눈에 띈다.

<박성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