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수는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백만불짜리 부드러운 미소를 보여준다.

그는 가장 만족할때 그런 미소를 날린다.

아주 드문 일이지만.

"회장님은 소년같이 웃으시네요. 나는 웃는 얼굴이 예쁜 남자가 좋아요"

미화는 자연스럽게 자기 기분을 말한다.

그녀는 요새 김치수라는 인물에 대해서 은자 아줌마에게 많이 브리핑을
받았다.

월급은 백만원밖에 안 되지만 보너스가 많고 적은 것은 미화가 하기에
달렸다는 교육을 철저히 받았다.

그녀는 뭔지 몰라도 자기가 엄청 큰 대어를 낚은 기분이어서 생전 처음
옷값으로 거금을 투자했고 화장품도 한세트 사고 화장하는 법도 열심히
배웠다.

그러느라고 거금 30만원을 투자했다.

월급의 거의 반을 투자한 대단한 소비였다.

은자 아줌마가 골라준 투피스 정장을 입어본 그녀는 그 옷이 너무도
마음에 들어서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나는 이 투피스를 일생동안 모셔 놓고 입겠다고 감격하며 눈시울이 다
뜨거워졌다.

그리고 따지듯이 은자 시인에게 소리쳤다.

"아줌마, 정말 나 밑지는 장사 하는 건 아니죠?"

어처구니없어서 깔깔 웃던 은자가 점잖게 한마디 했다.

"야 이 바보야,너는 지금 한국 굴지의 재벌 수행비서가 되는 거야.
거기에 맞는 복장을 하는 것은 열을 투자해서 백을 얻는 거나 마찬가지야,
요 맹추야. 네가 이렇게 우아한 차림으로 회장님을 알현하면 너에게
갖은 금은보화를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황제님이 선심을 쓰실 거야.
고상한 옷차림을 해야 해"

"아니, 그 영감님이 아무리 돈이 많기로서니 왜 하필이면 나 같은
촌뜨기를 데리고 다닌다요?"

그녀의 사투리는 가끔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귀엽고 천진한 아이임을
증명한다.

천방지축인 미화와 김치수,영신이 즐겁게 한정식을 먹는다.

미화는 생전 처음 보는 맛있는 음식에 혀를 차면서 식욕을 다스리느라
안간힘을 쓴다.

김치수 회장도 식욕이 왕성해져서 점심식사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저는요, 이렇게 맛난 반찬은 생전 처음 먹어보네유. 아이구, 반찬이
도대체 몇가지라요? 회장님께서는 매일 이렇게 진수성찬을 드신다요?"

그녀의 사투리는 김치수를 즐겁게 한다.

이것은 회춘을 위한 방법이라기 보다는 건강을 위한 엔돌핀의 샘밭같은
무릉도원이다.

"아버지와 나는 점심만 이렇게 먹고 저녁엔 포도 한송이만 먹는단다"

영신은 그녀가 너무 어려서 이제 대놓고 해라 하기로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