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산업의 내년 수출은 계속된 부진을 탈피하고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성방송 수신 관련제품,DVD 등 첨단 신제품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이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는데다 환율도 우리에게 이롭게
작용해 오랜만에 수출이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 시장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존 제품은 환율인상
효과가 있다해도 동남아산 일본 제품과의 치열한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낙관만은 할 수 없는 실정이다.

<> 97년 실적 =가전제품 수출은 지난해 0.3%의 감소를 나타낸데 이어
올해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지난 상반기에는 그동안 엔고로 동남아 생산제품의 고급화를 추진해온
일본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완료되면서 중.대형 컬러TV, 고기능 VTR, 하이파이
오디오 등 국내 주력 제품분야의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게다가 국내 기업들의 해외생산이 크게 늘어난 것도 수출을 더욱 줄어들게
한 요인이 됐다.

특히 대단위 해외 복합생산 단지의 본격 가동은 직접 수출을 상쇄시켜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5%나 감소하는 부진을 보였다.

그나마 하반기 수출은 국내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마케팅 노력과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상승으로 다소나마 회복되고 있는 느낌이다.

제품별로는 중대형 컬러TV와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백색가전이 CIS
중남미 등 개도권 지역에 대한 시장 개척 노력에 힘입어 수출증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DVD를 중심으로 한 첨단정보가전제품의 수출도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해외생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VTR 오디오 등의 수출 감소세는
여전하다.

따라서 올해 가전 수출감소폭는 지난해보다 큰 폭이 될 전망이다.

<> 내년도 전망 =이런 추세가 내년이라고 당장 큰 폭으로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DVD와 같은 정보가전제품의 신규 수요가
예상되는데다 <>올 하반기부터 시작된 백색가전의 고품질 전략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개척에 따른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의 수출확대로
다소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급상승하기 직전 대부분 기업 경제연구소는
국산 가전제품의 내년도 수출은 올해보다 3%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었다.

VTR 음향기기 등 일부제품은 해외현지생산 확대로 직수출이 줄어들
것이지만 선진국 시장에 대한 정보가전 수출과 개도권에 대한 백색가전
판매호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화환율 급상승이라는 수출호재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각
연구소들은 새롭게 수출전망 작업에 들어가 있다.

우선 환율이 우리에게 이롭게 작용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출만 놓고 볼때 환율상승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동안 바이어와의 네고에 항상 불리했지만 이제는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환율상승에 따른 효과가 1백% 발휘된다면 수출전선은 맑기만
하다.

그러나 엔화도 달러에 대해 절하돼 주요 경쟁대상인 일본과의 경쟁은 계속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또 동남아 등 주요시장의 경제가 침체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수출에
부담이 되고 있다.

<> 수출전략 =물론 가전사들은 내년 국내 경기가 크게 얼어붙을 것이
확실해지면서 수출로 활로를 뚫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각 업체들은 내년 수출목표를 대폭 늘려잡는등 공격적인
수출전략을 작성하고 있다.

가전사들의 수출전략은 지역별 특화상품과 고유브랜드 전략으로 압축될
수 있다.

특히 내년 2.4분기부터는 세계 컴퓨터시장의 HPC 등 신세대 제품과 DVD 등
멀티미디어 제품이 본격적으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이들
첨단 신제품에 기대를 걸고 있다.

따라서 2.4분기부터는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환율 평가절하의 수출경쟁력
제고로 성장궤도로 재진입한다는 전략이다.

삼성 LG 대우전자 등 가전3사는 이들 첨단 제품을 수출 주력 상품으로
만드는 외에도 가전제품중 컬러TV와 냉장고 등 전통적인 품목도 꾸준히
벌여온 브랜드 인지도 제고 작업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흥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독자브랜드 마케팅에 나서는 한편
제값받기에 나서 국내 부진을 메운다는 생각이다.

내년도 가전사들의 수출전략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주시장 전략.

삼성을 비롯한 각 회사는 원화약세의 호기를 이용해 지난해부터 과감히
추진해온 미국시장내 독자 브랜드 마케팅의 고비를 더욱 틀어쥔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