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조건이 드러났다.

지난 27일부터 실무진간에 본격 협의를 벌여온 양측은 29일과 30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마라톤회의를 갖고 자금지원절차및 조건에 관한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에따라 빠르면 3~4일께 자금지원이 개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IMF의 요구는 지금까지 예상했던대로다.

강력한 재정긴축과 금융및 산업구조조정이 골자다.

이는 물론 저성장 저물가 국제수지균형등 IMF가 줄기차게 내세우고 있는
세가지 지원원칙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IMF는 특히 국내금융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이달중 특정 금융기관을
지목, 폐쇄나 영업정지 등 강도높은 요구를 내놓았다.

이에따라 영업정지 또는 인위적인 인수합병이 단행되는 금융기관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금융 =금융기관의 부실채권문제와 구조조정이 가장 큰 현안이다.

IMF측은 성업공사를 통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해소하는데 있어서 기존
정부재정으로부터의 지출을 강조했다.

부실채권정리를 위해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금융시장 추가개방도 강력히 요구했다.

외국 합작 금융기관 허용시기를 99년말에서 내년초로 앞당길 것을 요구했다.

또 1년이하의 기업어음등 단기채권시장도 즉각 개방토록 했다.

또 과다한 부실여신으로 영업기반이 현저하게 잠식된 은행과 종금사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명해가며 정부차원의 과감한 정리를 요구했다.

영업정지 또는 폐쇄대상은 국제결제은행의 자기자본비율 기준으로 8%에
미달하는 은행들이 거론됐다.

대형부실은행은 당장 폐쇄되지는 않더라도 정부주도하의 합병대상에
포함될 것이 확실시된다.

IMF는 이같은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정리해고제 등의
입법화도 강력하게 요구해 관철시켰다.

<> 국제수지.외환 =IMF는 7백억달러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단기부채중
1백억달러이상을 연내에 정리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해외신인도 향상과 차입여건 개선을 도모하기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단기부채가 조기상환돼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경상수지적자규모를 GDP(국내총생산)의 1~2% 이내로 줄이라는게 IMF의
요구다.

또 사실상 IMF의 자금관리상태에 들어간 이상 외환보유고도 IMF의 권고기준
(석달치 수입액)인 3백60억달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 문제는 IMF및 회원국들의 자금지원수준에 달려 있는 만큼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제수지의 개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IMF는 현재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과 무역수지호조여건 등을 감안할 때
자본수지만 개선되면 향후 2년내로 국제수지가 균형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재경원에 대해 무역수지 무역외수지 자본수지 등에 대해 신뢰할
만한 장단기 개선대책을 요구했다.

<> 재정 =성장률이 낮아지고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지출
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결과적으로 정부예산은 초긴축운용이
불가피해졌다.

IMF는 내년도 세출을 7조3천억원가량 줄이고 세입확대도 요구하고 있다.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 재정수지적자도 면하려면
보다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도네시아처럼 부가가치세율을 현행 10%에서 11%로 1%포인트 올리라고
요구했다.

<> 거시경제 =경제성장률과 물가등 거시지표는 2년간의 구제금융프로그램
속에서 원칙적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저성장과 저물가의 틀을 깨지는 못한다.

IMF는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5%로 요구하고 있다.

또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5% 수준을 주문했다.

<> 산업구조조정 =부채비율 1천%를 넘는 기업들에 대한 재무구조개선방안을
요구했다.

또 상호지급보증을 일정기간안에 완전히 해소토록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
하라고 주문했다.

이와함께 법정관리등 기업퇴출제도를 재정비, 부실기업이 원활히 퇴출
되도록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조일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