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우리를 둘러싼 세계교역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선 지적할수 있는 것이 국가들간의 수직적인 비교우위 격차가 빠르게
축소되면서 공산품을 둘러싼 수출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점이다.

과거에는 선진국들이 주로 자본및 기술집약적인 공산품에 특화하여 이들
제품을 수출하고, 후발개도국들은 주로 노동집약적인 1차산품을 특화.수출
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기업의 세계화와 이에 따른 생산시설및 기술의 이전이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개도국의 1차산품 수출비중이 낮아지고
대신 공산품의 수출비중이 높아져 공산품수출을 둘러싼 국가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둘째는 세계교역 증가율이 둔화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1994년과 95년에 달러 표시 금액기준으로 각각 13.3%와 19.5%를 기록했던
세계교역 증가율은 작년에 3.2%로 급격히 떨어졌는데, 금년에도 증가율이
3%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경제가 호조를 지속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교역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유럽경제의 부진에 따른 교역감퇴에서도 찾을수 있으나,
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세계적으로 직접투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상품교역을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셋째는 세계적으로 수출단가가 하락하여 수출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작년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작년과 금년에 금액기준의 세계교역 증가율이 물량기준 증가율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수출단가가 하락하고 있음을 나타내주는 것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세계의 교역환경은 우리에게 결코 이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다.

공산품에 있어 중국이나 아세안 등 후발개도국의 추격을 집요하게 받고
있으며, 선진국시장에서 이들 국가에 크게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이 개도국에 직접투자를 크게
늘려 현지에서 생산활동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개도국에 우리 상품이
진출할 여지도 그만큼 축소되었다.

결국 선진국시장에서건 후진국시장에서건 우리 상품의 진출여건이 매우
나빠졌다고 할수 있는 것이다.

또한 세계적인 수출단가 하락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그 피해를 가장
크게 받는 나라의 하나라고 할수 있다.

우리수출에서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이르고
있어 일본의 10% 정도보다 높은 상태이다.

이밖에 자동차 섬유 등을 포함하면 우리 수출상품이 일부 품목에 편중되어
세계시장 여건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 이외에 최근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불안정이 심화되고 이것이 세계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앞으로 2~3년간
세계경제가 당초 전망치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우리의 수출전선에
어두운 그림자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물량위주의 수출을 해온 국내기업들로서는 세계적인 수출단가
하락속에 물량증가도 기대하기 어렵게 되어 2중의 어려움에 직면해야
할 형편이다.

금년 하반기이후 우리수출은 두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으나
이러한 수출호조가 앞으로도 지속되리라고 장담하기에는 최근의 상황이
좋지 않게 변화하고 있다.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가 수출에서 활력을 잃게 된다면
경제전체의 부진이 더욱 심화될수 밖에 없는 만큼 수출증진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제품의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고품질을 배경으로 세계적 상표의 명성을 쌓아갈 때 시장여건이 악화되어도
그 충격을 최소화할수 있을 것이다.

이와함께 수출제품의 편중화를 시정하여 시장여건에 신축적으로 대응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서남아 동구 등 신시장 개척도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