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극복차원에서 모은 외국동전이 오히려 외화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은행과 외환은행에 따르면 외국동전은 은행이 직접 발행국가에서
환전하거나 지폐로 바꿔야 하는데 이 경우 운임 보험료 등으로 동전금액의
절반이상이 비용으로 지불돼 아까운 외화가 날아가고 있다.

외환은행이 지난 24일부터 동전금액의 90%(일반은행은 50%)를 환전해 주고
받은 미화 3만달러, 일본 엔화 75만엔 등 4만달러 상당의 동전이 본점 지하
창고에 쌓여있다.

이렇게 수거한 외화동전은 외환은행이 해당국가에 가서 지폐로 교환해야
하는데 이때 최고 63%에 해당하는 동전금액을 비용으로 지급하고 있다.

즉 액면금액 모두가 환전되는 것이 아니라 운임 보험료 관리수수료 등
각종 비용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이에따라 동전 전체 금액을 인정하지 않고 50%만 계산해
환전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일부 은행에서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아예 동전환전을 거부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공항지점을 제외하고는 지점에서 동전을 받지 않으며 국민은행
등은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28일부터 동전을 원화로 교환주는 등 은행
들의 외화동전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주초 모은행이 1센트짜리 8천달러어치를 20여개의 상자에 담아
외환은행에서 환전하는 등 환전비용 부담을 떠넘기는 현상이 발생하자 외환
은행은 지난 26일부터 1인당 30달러로 동전교환을 제한했다.

그러나 일부은행이 "동전금액 90% 환전"을 악용해 아르바이트나 직원을
동원해 계속 30달러씩 환전해 가는 ''얌체짓''을 계속하고 있다.

외환은행 외환부 직원들은 이에따라 매일 4천~5천달러씩 들어오는 동전을
분류하느라 밤 11시까지 야근하기가 일쑤다.

외환은행 최홍구 대리는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순수하게 시작한
동전 환전이 일부은행의 이기주의와 여행시 동전을 가져가지 않으려는 시민
들로 인해 아까운 외화가 낭비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김문권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