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콸라룸푸르=오광진.김성택 기자 ]

부실금융기관 정리방식과 금융시장 개방속도를 둘러싼 한.미간 이견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실무협상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당초 우리정부와 IMF협상단은 1일새벽 IMF자금지원을 위한 개략적인 합의문
에 서명하고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거쳐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미셸 캉드쉬
IMF총재가 이의를 제기, 재협상을 벌였다.

1일 재정경제원 고위관계자는 캉드쉬 총재가 실무합의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어 재협상에 착수했다고 밝히고 재협상의 주된 의제는 부실
금융기관 퇴출, 금융시장 개방, 예산삭감, 적정경제성장률 문제 등이며
미국측에서 반대의견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IMF는 자금지원과 관련된 "세부이행 계획" 분야에서 한국정부
의 보다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IMF측이 부실종금사의 경우 12월 3일자로 영업정지명령을
내리고 부실은행에 대해서는 일정한 유예기간을 준 다음 자기자본 비율 8%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통폐합시키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는 1년짜리 회사채 시장을 전면 개방하고 외국
금융기관이 한국에서 자유롭게 영업할수 있도록 보장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부실금융기관을 단계적으로 정리하도록 처리속도를 한국
정부에 일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시장개방속도도 신축적으로 조절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관련, ASEAN+6(미국 일본 한국 호주 중국 홍콩) 재무장관 회담 참석차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는 캉드쉬 총재는 이날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은 보다 강력한 금융개혁을 해야 한다"고 밝히고 "IMF로서는 (합의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서울에서의 실무합의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캉드쉬 총재는 한국에 대한 구제금융의 규모와 관련해서도 "지원총액이나
향후 일정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서울방문 일정도 미정"이라고
말했다.

캉드쉬 총재와 함께 말레이시아를 방문하고 있는 강만수 재경원 차관은
서울에서의 협상 진행과 관련, "미국쪽에서 드라마틱한 금융구조 조정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미국은 한국정부가 정책 금융 중단을
선언할 것, 자본시장 개방일정을 앞당길 것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