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대한상의와 함께 위기에 처한 국가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범국민운동을 전개하기로 했습니다.

전경련을 비롯한 주요 경제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속에 펼쳐질 이
운동은 우리경제가 한시바삐 국제통화기금(IMF)의 "신탁통치"를 벗어나 다시
홀로, 그리고 굳건하게 서게할 국민적 의지와 힘과 지혜를 모으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과 원인 규명이
아닙니다.

"네탓" "내탓"을 따지면서 반목과 갈등을 일삼을 계제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지금 순간 필요한 것은 국난으로 표현되는 오늘의 처참한 경제
현실에 대한 전국민의 가감없는 이해와 경제위기로부터의 조속한 탈출입니다.

바야흐로 국가경제를 살리자는 목소리와 더불어 온갖 노력이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동포들 사이에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경제계와 함께 경제살리기운동을 펴기로 한 것은 바로
이러한 국민적 거족적 여망에 부응하여 힘을 보태려는 것입니다.

이 운동을 통해 우리는 다른 무엇보다도 실추된 우리경제에 대한 국제사회
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한국은 멕시코가 아니며 태국 인도네시아와는 뭔가 다르다는 점을 이번에
보여 줘야 합니다.

비록 국제금융기관과 몇몇 국가들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요는 우리 국민의
결연한 의지와 강인한 인내, 그리고 결집된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 낸다는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무너진 신뢰, 잃어버린 신용을 되찾는 길입니다.

외환시장으로부터 촉발된 이번 경제위기는 본질적으로 신뢰의 붕괴에 그
뿌리가 있습니다.

정치와 정부, 제도와 정책, 기업 근로자 소비자의 사고와 행태 모두에
문제가 있었고 그것은 결국 불신을 키웠습니다.

신뢰를 되찾자면 보다 솔직해져야 합니다.

우리의 심각한 경제상황을 있는 그대로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힘을 낼수 있습니다.

믿음도 생깁니다.

보다 많은 국민들이 믿고 따르고 힘을 모아줄 때 효과는 극대화됩니다.

얼마 안가 국제사회는 한국을 다시 보고 한국경제를 재평가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되살아나기까지는 많은 고통이 따를 것입니다.

국회가 불과 2주전에 가결한 새해 예산은 이제 휴지와 다름없어졌습니다.

기다리는 것은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긴축재정과 온갖 뒤틀려진 거시
목표들입니다.

실업은 그 가운데서 가장 고통스럽고 두려운 현상입니다.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고통분담은 자칫 남의 고통을 짜내기 위한 수사로 잘못 쓰일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는 안됩니다.

따라서 막연히 고통분담을 외치기보다는 국가경제가 당면한 위기극복을
위해 각자가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내고 하나하나 실천해야
합니다.

이번 국민운동은 단지 외환및 금융시장불안을 어느정도 진정시키고 주요
경기지표를 개선하는데 힘을 보태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그런 정도의 진정과 개선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입니다.

1년은 턱도 없고 2년 혹은 그 이상 걸릴지 모릅니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위기극복 이상의 그 무엇을 얻어내야 합니다.

그동안 말로만 떠들고 실천못해온 개혁을 확실하게 실현해야 합니다.

제도개혁뿐 아니라 온갖 잘못되고 후진적인 의식과 관행을 차제에 함께
고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렇게 해야만 오늘과 같은 위기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또 그래야만 훗날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는 평가를 받을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그토록 대망하는 21세기는 결코 아무런 대가와 노력 없이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오늘의 고통은 보다 밝은 21세기를 맞기위한 준비라고 봐야 합니다.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맙시다.

경제살리기에 모든 상공인 경제인은 물론 온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합니다.

변도은 < 한국경제신문사 주필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