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산 명예퇴직 감원 극심한 취업난 등으로 실업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민설명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요즘 하루 3~4회 꼴로 열리는 서울 및 일산 분당 등 신도시권의 이민설명
회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이에따라 관련업계에서는 대량실업이 예상되는 내년에는 한국인의 "액소
더스"(국외탈출)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중소기업은행빌딩 6층 회의실에서 열린
캐나다이민설명회와 르네상스호텔 4층에서 열린 캐나다 및 미국투자이민
설명회, 일산 상업은행빌딩과 광화문 동화면세점빌딩에서 열린 미국 캐나다
이민설명회장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3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

3분의1 가량은 여성이었다.

부부가 나란히 앉아 설명을 듣는 모습도 보였다.

최근 이처럼 이민설명회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경제위기가 심화되자
이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이민알선업체 관계자는 "최근 경제난 속에 고용불안이 확산되면서
캐나다.호주 등에 대한 이민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이민설명회가
붐을 이루는 배경을 설명했다.

설명회장에 나온 분당의 한 30대 주부는 "직장 다니는 남편이 한번 들어
보라고 해서 왔다"면서 "여기서 고생하는 만큼(해외에서) 고생하면 더 잘
살게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요즘 이민의 특징은 젊은층이 많은 점이다.

제일해외이주공사 김재윤 실장은 "예전에는 50대가 자녀교육 때문에
이민을 많이 갔으나 요즘엔 30,40대가 절반을 넘는다"고 밝혔다.

신세계이주공사는 이민에 대한 관심이 확산됨에 따라 오는 6일까지 대전
대구 제주에서 캐나다 이민설명회를 갖는다.

이 회사 안영운 대표는"이민알선업체가 지난해말 14개에서 현재 19개로
늘었는데도 일감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아직은 실직자들의 이민이 많지
않으나 6개월이나 1년쯤 지나면 이들의 이민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