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입은 동글고 아름답고 키스를 하고 싶도록 육감적이다.

옥돌같이 희고 반짝이는 가지런한 치아는 절로 식욕이 동하게 한다.

뭔가 고상하고 차가운 여자 보다는 이렇게 오동통하니 육감적으로 생긴
여자에게 쉽게 끌리는 김치수는 이렇게 마음에 꼭 드는 미화에게 넋이 다
빠져버렸다.

그녀의 눈동자는 검다 못 해 푸른빛이 돌고, 살짝 올라간 눈고리는
양귀비가 저랬으리라 싶게 김치수의 혼을 다 빼앗아버려서 넋나간 서화담이
된다.

김치수는 입이 벌어져서 다물지를 못 한다.

어서 저 예쁜 애를 갖고 싶다.

그러나 그는 낯선 다리를 건너는 마음으로 서서히 그녀의 호감을 사려고
잔뜩 술수를 쓴다.

그들은 중국요리의 명소인 호텔 중국관의 단 둘이서만 들어가는 자리에
예약을 하고 간다.

"회장님, 이런 데는 무척 비싸지요? 저는 매일 이 호텔 앞을 지나다니지만
한번이라도 이런 곳에 와봤으면 하고 꿈을 꾸었어라"

김치수는 슬쩍 그녀의 오동통하고 분결같이 부드러운 손을 잡는다.

그러자 미화가 갑자기 까르르 웃는다.

"회장님, 전기가 찌르르 와요"

그러면서 김치수의 손을 꼭 붙들면서 목을 와락 끌어안는다.

그녀는 김치수를 잡으면 얻고 싶은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을
오늘 하루 수행하는 동안 다 끝내버렸다.

"회장님, 나는 회장님이 정말 좋아유. 너무너무 사랑할 것 같아. 사랑하면
안 돼요?"

그녀는 그를 뜨겁게 끌어안은채 와들와들 떤다.

"너 왜 그렇게 떨고 있냐?"

"아이구 회장님, 여기 입술에 키스를 해줘유"

"미화야, 정신 좀 차리자"

"저는요, 좋으면 먼저 덤벼드는 여자에유"

김회장은 어린 처녀아이의 프로포즈를 받고 오히려 얼떨떨 하다.

"좋으면 그냥 뽀뽀 하세유. 생각은 나중에 하구요. 회장님이 정말
좋구먼요. 저를 좋아하시지유? 좋으면 표시를 남기세유. 자아"

그녀는 동그란 입을 앞으로 삐죽이 내민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녀는 그의 늙은 손을 꼭 쥔채다.

정말 놀란 것은 김치수다.

그는 미화가 얌전떨고 말을 안 들을까봐 은근히 걱정했다.

그러나 이건 정말 뜻밖의 일이다.

이것이 신세대의 연애방식일까?

정말 단도직입적이고 화끈하다.

"좋은 건 좋은 거예유. 저는 회장님을 보는 첫 순간에 좋았시유. 나는요,
싸늘한 느낌이 드는 하얀 남자가 좋아유"

그는 정말 차가운 느낌이 드는 피부가 백설같이 흰 남자다.

기생들도 희고 깨끗한 피부를 간혹 칭찬해준 차가운 느낌의 남자에
속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