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 사회의 소비수준은 도를 지나친 것일까.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그렇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외식비지출, 자동차 냉장고 등 내구재소비, 물사용량 등에서 우리의
소비수준은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섰다.

불필요한 낭비, 지나친 고급화 대형화등의 문제가 구체적인 지표에서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외식비지출을 살펴보자.

우리나라 도시근로자 가구의 외식비지출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8.1%씩
급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총소비지출중 외식비 비중은 10%로 일본(4%)의 2배를
넘어섰다.

절대액 규모로도 지난 95년 이미 일본을 추월했다.

우리나라 도시근로자 가구의 외식비 절대액은 지난해 월 13만9천원으로
일본(10만4천원)의 1.3배에 달했다.

일본의 월평균 가구당 소득(7백73만원)이 우리(2백15만원)보다 3.6배 가량
높은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외식비지출이 과도하다고 볼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대형제품을 좋아하는 것도 문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승용차의 평균면적은 7.14평방m로 미국(8.49평방m)
에 이어 세계랭킹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음으로 독일(7평방m) 일본(6.89평방m) 프랑스(6.6평방m)가 뒤따르고 있다.

냉장고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94년 4백 급 냉장고의 판매비중은 일본의 경우 23%에 불과했는데
우리나라는 55.9%에 달했다.

또 앞으로 "물부족국가"가 될 것이란 경고를 받았음에도 물소비량은 세계
정상급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94년 우리나라의 1인당 하루 물사용량은 3백94리터로 독일(1백96리터)
프랑스(2백11리터) 영국(3백93리터)을 가볍게 제쳤다.

유난히 "새것"을 좋아하는 것도 일종의 낭비벽이라고 볼수 있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소유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평균
3.4년만에 차를 바꿨다.

미국이 5년정도, 프랑스 영국 호주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보다 더 오래
쓰고 있다.

냉장고의 대체주기는 지난 95년 기준으로 미국이 15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7.1년에 불과했다.

< 장규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