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이 확정되면서 우리나라
경제는 향후 3년간 IMF의 직할통치에 들어갔다.

IMF는 정부에 파견관을 보내 구제금융 지원조건을 일일이 점검할 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경제현안에 대해서도 직.간접적으로 입김을 행사하게 될
전망이다.

파견관을 위해 재정경제원내 사무실을 마련해야 하고 비서도 뽑아야 한다.

파견관을 상주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IMF의 의사에 달린 문제지만 적어도
내년초까지는 IMF본부에서 부국장급 직원이 파견될 것으로 보인다.

IMF는 통상 자금지원에 앞서 경제운용 프로그램을 연간단위로 조정한 뒤
이를 다시 분기단위로 세분화, 밀도 높은 감시활동을 벌인다.

이를 위해 본부내 이코노미스트들이 분기별로 내한하게 된다.

예를 들어 당장 내년도 분기별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실업률 국제수지 등
각종 거시경제지표들의 목표치를 IMF와 협의를 거쳐 정해야 한다.

또 실제치와 목표치간에 차이가 발생할 때는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이번에 우리가 IMF에 제시한 이행조건은 거시경제 통화금융 재정 국제수지
노동 통상 등 사실상 모든 경제분야를 망라하는 만큼 IMF 한국담당데스크의
지위는 막강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설이나 추석때 시중에 자금을 얼마나 풀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IMF의 눈치를 봐야 한다.

사회간접자본확충과 복지예산의 수립 등 정부재정지출에 대한 사전양해를
얻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만약 경제운용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이행조건을 어길 징후가 보일 때는
이번에 합의된 자금지원규모를 줄일 수도 있고 지원시기를 연기할 수도 있다.

5백50억달러를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향후 3년간 나눠서 주는 것도 IMF의
영향력유지를 위해서다.

경우에 따라선 이미 지원된 자금의 상환을 요구할 수도 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