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기업경영과 관련해 요구한 조건은 부채 축소와
경영투명성 제고가 골자다.

재계가 줄기차게 건의한 내용도 많지만 곧바로 시행하기엔 부담스런
조항도 적지않다.

경영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기업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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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재무제표 작성은 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다.

오너가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모든 회사를 결합해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 만큼 매출이나 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

단기적으론 대외신인도가 떨어진다.

작성 자체도 쉽지 않다.

계열사간의 업종 차이로 인해 기준 마련이 어려운 데다 집계시스템 준비에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대체로 6개월 이상의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평만 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정부가 5백50억달러를 빌리는 조건으로 합의해준 사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결합재무제표란 강화된 연결재무제표라고 할 수 있다.

오너가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모든 회사의 재무제표를 합산해
작성되는 것이다.

계열사 상호간의 매출거래와 대여, 투자거래관계가 제거돼 해당 기업집단과
외부와의 거래만 기록된다.

경영투명성을 높이는 데는 효과적인 재무제표인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 작성하기는 쉽지 않다.

연결된 회사간의 거래내역 파악은 개별회사의 회계결산이 끝난 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실제로 30대그룹내 대기업그룹의 경우 결합재무제표 작성에만 1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여기다 지배.종속회사간에 통일된 기준도 마련돼있지 않다.

현재 각 계열사의 회계결산을 맡고 있는 회계법인도 통일해야 한다.

계열사 결산감사를 맡은 회계법인과 결합재무제표 감사를 담당하는
회계법인사이의 책임소재도 불명확하다.

결합재무제표 작성을 위한 회계비용 부담 주체도 정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그러나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은 당장
내년부터 기존의 연결재무제표에 더해 결합재무제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작성 뿐 아니라 경영관행도 바꿔야 한다.

우선 계열사간의 거래내역을 투명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다른 그룹 기업에 비해 주던 계열사 메리트도 버려야 한다.

많이 버는 기업이 음양으로 어려운 계열사를 돕던 관행도 포기해야 한다.

계열사별로 한 가족이라는 틀을 벗고 "명실상부"한 독립채산제를
확립하는 것이 과제라는 얘기다.

단기적으로 외형축소와 순익감소로 대외신인도가 떨어질 것에 대비해
국내외 IR(기업설명회)도 강화해야할 것이다.

정부도 할 일이 있다.

국제적인 회계기준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결합재무제표를 국내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결합재무제표 작성 범위를 최소화해주는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형식주의에 집착해 해외법인까지 결합범위를 넓히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할 주체로서 지주회사를 허용해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