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창작품에 대한 권리인 특허권, 기술의 정도가 특허보다 낮은 것에
대한 권리인 실용신안권 등은 먼저 등록해야 우선권을 갖게 된다.

외국회사들이 국내에 먼저 권리등록을 해두고 국내회사에 대해 특허권침해
따위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지재권변호사들이 처리하는 사건중
가장 전형적인 범주를 이룬다.

특허분쟁중 5년이 지났는데도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복잡한 사건이
아스트라와 종근당간의 다툼.

지난93년 세계적인 제약그룹인 스웨덴의 아스트라가 종근당과 한미약품의
위궤양치료제에 대해 제조및판매중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아스트라의 캅셀형 위궤양약인 "로섹"을 제조하는 방법에 관한 특허를
역시 위장약인 종근당의 "OMP정"과 한미약품의 "라메졸"이 침해했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측을 김&장에서 맡고 있는데 사건이 두개나 되고 덩치가 커서
주성민 양영준 한상욱 신필종 조성진 서정걸 조영길 정진수 변호사 등
여러 변호사가 수시로 협의를 하고 있다.

종근당은 법무법인 율촌과 태평양에 일을 맡겼다.

태평양에서 황의인 황보영 이형석 변호사가, 율촌에서 한봉희 변호사가
나섰다.

한미약품은 서일합동의 송영식 변호사가 맡았다.

한미약품에 대한 가처분신청은 수원지법에서 기각돼 사건이 종결됐다.

종근당에 대해서는 남부지원에서 가처분결정이 났었다.

그러나 종근당이 이에 불복해 항소, 가처분취소결정을 얻어냈다.

특허청에 낸 아스트라의 권리범위확인신청에서는 종근당의 특허범위가
아스트라의 특허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판정을 받았고 대법에서는 종근당의
손을 들어줬다.

아스트라도 항소하지 않았다.

종근당을 대리한 태평양 등은 지난7월 아스트라에 대해 6개월 정도 제품을
팔지못하고 남의 기술을 도용한 혐의를 받은데 대한 위자료 등을 포함, 일단
3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종근당이 반격에 나서자 아스트라를 대리한 김&장은 특허침해를
주장하면서 종근당에 대해 반소(반소)로 맞공세를 펴 현재 특허권침해금지에
관한 본안소송이 계류중이다.

작년12월 훽스트세라니이즈가 삼성비피화학을 상대로 낸 특허침해소송은
국내에서 다국적기업간 이해가 충돌한 사건이다.

초산에서 요드화합물을 정제해내는 특허기술의 침해여부를 둘러싸고
소송이 벌어졌다.

훽스트세라니즈는 세계적 화학회사인 훽스트의 미국자회사.

삼성비피화학은 삼성과 영국의 BP가 합작한 회사로 BP가 우월지분을 가지고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다국적기업으로서 역시 만만치 않다.

훽스트세라니즈측으로 제일국제의 장덕순 권영모 변호사가,
삼성비피화학측은 김&장에서 주성민 서정걸 황영주 변호사가 심미성 변리사
등과 함께 사건을 맡고 있다.

특허침해여부에 대한 중간판결이 곧 나올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회사간에도 이같은 분쟁은 빈발하고 있다.

90년대초 시작된 LG전자와 대우전자간의 전자동세탁기제조판매금지가처분
및 본안소송이 대표적이다.

LG전자가 대우전자의 전자동세탁기에 대해 세탁기의 핵심부분인 클러치의
역회전방지장치에 관한 실용신안권을 침해했다면서 판매제조중지가
처분신청을 낸 것.

양대가전사의 싸움이었던 만큼 3, 4년을 끌었다.

세종에서 심재두 박교선(버클리대유학중)변호사가 LG전자를 대리했고
대우전자는 법무법인 광장의 서정우 변호사가 맡았었다.

1심에서는 LG전자가 패했다.

기술을 약간 변형했다는 것이다.

LG전자가 이에 불복, 항소하자 대우가 합의를 제의, 합의금 지급으로
타협하는 선에서 사건이 종결됐다.

< 채자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