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가격정찰제를 도입하려는 국내 제작사및 도매상들과 외국음반
직배사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전국음반도매상협회(회장 이광용, 도협)에 속한 도매상들과 직배사
워너뮤직(회장 조나단 에스 박)은 물품 반납및 판매대금 결제문제로 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상대방을 제소하는 등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국영상음반협회와 도협이 주축이 된 음반거래질서 정상화추진위원회
(회장 박경춘, 이하 위원회)는 음반 가격정찰제를 98년 1월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음반 가격정찰제"는 제작사 도매상 소매상으로 이어지는 유통과정에서
각 단계마다 재판매가격을 유지하는 제도.

이 제도에 의하면 제작사는 음반의 재판매가격을 위원회로부터 승인받고
도.소매상은 정해진 가격대로 팔아야 한다.

또 제작사는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소매점에 직접 판매하거나 다른
도매상과 다른 가격으로 거래할수 없다.

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음반물 재판매가격유지 계약서"를
지난 9월말 제작사와 도매상에 보내 서명을 요구했고 현재 70여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직배사들과 일부 대형유통업체가 거부하고 나섰다.

직배사측 입장은 세계적인 흐름인 가격자율경쟁과 맞지 않을 뿐더러
특수한 국내시장 상황때문에 정찰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계약서에는 도협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독소조항이 많아 따를 수 없다는 것.

직배사의 한 영업담당자는 "정찰가격은 사업자가 자유롭게 선택할수 있는
것이지 일종의 이익단체인 위원회가 나서 사업자에게 계약을 강요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하겠다는 조항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위원회측은 가격정찰제 도입으로 제살깎기식 가격경쟁을 막고 불법음반의
유통을 사전에 차단할수 있는 만큼 현 시장상황에 꼭 필요한 제도라며
직배사가 참여해주기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같은 시점에서 도협측 소속 도매상들이 최근 워너뮤직의 상품공급과
결제를 중단했다.

워너뮤직의 영업담당자는 "도협이 "가격정찰제"문제를 풀기 위해 직배사
공격에 나섰으며 정기총회를 열어 워너를 본보기로 삼기로 정했다"며 "이는
특정회사를 겨냥한 악의적 담합행위로 향후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협측은 "담합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일부 회원사가
워너뮤직이 그동안 차등거래, 밀어주기식 상품에 대한 반품 거부등
시장질서를 어지럽혀 온데 대해 반발한 것이지 가격정찰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체육부는 정찰제를 둘러싸고 위원회와 직배사와의 대립이 격화되자
2일 양측 당사자를 불러 상황파악에 나섰다.

김종률 영상음반과장은 "음반가격정찰제는 음반산업진흥과 소비자보호를
위해 바람직한 제도"라며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중재해서
가급적이면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펴겠다"고
말했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