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가 지금껏 체험해보지 못했던 장기불황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굳이 은행 종금사의 구조조정에 이은 기업들의 재편문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가계 기업 정부 등 각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이미
엄동설한 찬바람이 씽씽 불어오고 있다.
금융시장은 물론 부동산시장도 전망이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일부 신도시에 붐을 일던 상가의 경우에도 관리비만 내고 입주이 가능
하다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
수도권 신도시를 위시해 아파트 매기도 뚝 끊어지고 가격도 추락하고 있다.
주식시장에도 기업간 주가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는 등 장세가 연출돼 투자의 방향을 가름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은게
현실이다.
사실 어떤 재테크상품에 대해 좋다 나쁘다는 이분법적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은행상품에도 장단점이 있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라 다니게 마련이다.
재테크의 기본 원리는 고위험 고수익(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위험이 높으면 그만큼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투자위험이 낮으면
수익도 그에 비례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누구나 재테크에 나설 때에는 은행예금 등 투자대상은 물론 여유돈의
성격 운용기간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같은 불황기에도 재테크는 필수불가결한 우리의 생활일부가 되어 있으며
어려울수록 올바른 재테크가 더욱 절실해지는 법이다.
물론 기본원칙에 의거,공격적인 투자보단 안정성에 우선하는 보수적인
운용자세가 필요함은 불문가지다.
다시말해 금융상품의 경우 필요할 때 언제든지 현금으로 만들수 있는
환금성을 확보하면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에
여유자금을 맡기는 쪽으로 투자의 우선순위를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IMF의 요구대로 통화긴축이 이루어지는 불안정한 경제 상황이 벌어지면
회사채를 위시해 시중실세금리는 크게 뛸 수 밖에 없고 이에따라 실세금리
변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움직이는 단기금융상품의 수익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만큼 투자에 따른 과실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그 다음 정부 정책이 확고한 방향을 잡은 뒤 실물경제와 함께 금융 시장이
안정세를 되찾아 시중금리가 하향안정세로 돌아서면 확정금리형 상품같은
장기적으로 고금리를 얻을 수 있는 다른 금융상품 등으로 투자대상을 바꾸는
등 "기다리는" 지혜를 가져봄직 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같은 전략을 수립, 시행할 경우에는 은행 증권 종금사들이 취급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채(RP) 등의 상품이 바로 일시적이나마 단기 고수익
을 기대할수 투자대상목록이라고 할 수 있다.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도 고수익을 기대할순 있지만 주식의
경우 여전히 높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따라서 이분야의 투자에 관심은 있으나 리스크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은
간접투자방식인 투자신탁의 다양한 상품을 노크해 보는 것도 방법중의
하나다.
보험 역시 앞으로 예상되는 고물가시대에선 불리한 면이 없지 않지만
하루하루 살아 가는데 노출되는 각종 위험에 대비하면서 노후생활자금을
마련하는데 장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창업을
하려는 이들에게 안전판 역할을 대신하는 각종 상품이 등장, 창업희망자들은
한번쯤 관심을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은행 종금등 각종 금융기관을 이용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
바로 거래금융기관의 안정성여부이다.
비록 오는 2000년까지 은행 증권 보험 신용금고등 금융기관의 예금및
이자를 전액 보장해 준다는 방침을 확정, 시행에 나섰지만 지난 2일 업무
정지처분을 받은 9개 종금사의 경우처럼 일단 부실금융기관으로 판명돼
영업이 정지되면 일시적이나마 예금을 꺼내쓸 수 없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따라서 건실한 우량금융기관을 선별, 투자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
하다고 할 수 있다.
이웃 일본에서 이미 "Flight To Quality"라는 신조어가 재테크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선 한두푼 이자를 더받는 것보다는 안정성이 투자전략의
선도역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들어 국민 신한 하나 등 우량은행 등과 투신등 믿을수
있다고 판단되는 금융기관으로 시중돈이 쏠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종금사에 머물렀던 자금이 이탈,이쪽으로 옮기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양보다 질"을 고려하는 안정성위주 투자전략이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구제금융 지원을 계기로 단군이래 최대의 경기
불황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근검 절약하자는 사회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과거처럼 개인의 이익은 다소 무시된 채 국가경제를 위해 범국민적 저축
증대운동에 나설 수 없는 노릇이지만 전국민이 자신의 처지에 가장 적합한
재테크에 나서는 국부축적운동이야말로 이번 IMF 불황을 극복하는데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 송재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