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금융기관들은 과연 국내은행 인수에 나설까.

국내은행산업이 외국인에게 사실상 완전 개방됨으로써 외국인들이 얼마나
빠른 시일에 국내은행을 사들일지, 몇개나 인수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의 정황들을 종합해볼 때 외국인들은 국내은행업에 진출하는 것에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지원 협상과정에서도 미국측은 7개의 자국
금융기관들이 한국진출을 원하고 있다며 관련규정을 정비토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요즘 금융가에선 미국의 유수은행이 2~3개의 대형선발은행과 인수
합병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영사정이 어려운 은행의 일부직원들도 내심 외국의 대자본이 들어와
자신들의 은행을 정상화시켜 주길 바란다.

결국 안방을 내주고 국내돈을 외국에 유출하는 현상이 생겨나겠지만 파산
으로 인한 부작용보다는 나은게 아니냐는 자조섞인 기대다.

주식소유현황을 보더라도 외국인들은 이미 입질수준을 넘은 상태다.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는 작년말현재 조흥은행 1.19%, 상업 4%, 제일
1.72%, 외환 1.94% 등의 주식을 갖고 있다.

또 체이스맨해튼은 유럽현지법인 등을 통해 2.36%의 제일은행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베어스턴즈는 서울은행 지분이 2.09%에 이른다.

이와관련,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유럽계 은행이 아시아로의 확장을
추구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어 주목을 끌었다.

기사에 따르면 ABN암로 ING은행 코메르츠방크 주리크그룹 등이 아시아지역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특히 일부은행은 인수까지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벌써 현실화되고 있다.

ING은행은 최근 태국의 대형은행인 시암시티뱅크의 지분을 10% 취득했다.

ABN암로도 아시아지역에 야심찬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미국은행들도 발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시티뱅크는 지난달 26일 태국의 퍼스트방콕시티은행(FBCB)과 최소
50.1%의 지분을 인수하는 의향서에 서명했다.

외국계은행으로선 처음으로 태국 시중은행 주식의 절반이상을 확보한
사례로 지난 8월 IMF구제금융이후 불과 석달만의 일이다.

국내 경제기본여건이 태국보다 튼튼한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국내은행산업이 외국인에겐 훨씬 군침도는 시장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