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2년 개장한 이 골프장에 들어서면 넓은 페어웨이를 비롯해
홀사이를 채운 높다란 소나무와 전나무에서 오랜 전통을 쉽사리 엿볼수
있다.
라운딩에 들어가면 마치 산책을 하는 듯한 편안함을 안겨주는 것이
로얄CC의 독특한 특징.
산기슭에 위치한 관계로 가파른 오르막 및 내리막 길이 없고, 수려한
산세와 잘 어우러진 코스에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즐길수 있다.
로얄CC클럽챔피언은 핸디캡2의 정학모(55.신영기연 대표)씨.
그는 지난 9월26일부터 3일동안 열린 97대회 최종일 홀매치경기에서
라이벌 이한주씨를 누르고 첫 챔피언의 영광을 차지했다.
<>.로얄CC는 27홀 규모로 남,중,북의 3개 코스로 이뤄졌다.
페어웨이가 넓고 평탄해 부담이 없어 보이지만 눈에 띄지 않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어 파 공략은 결코 쉽지않다.
광활하게 보이는 페어웨이는 자연스럽게 골퍼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만들어 미스샷을 유도하고, 여기에 홀 거리도 생각만큼 만만찮다.
클럽챔피언 정씨는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자연에 순응한다는
겸손한 마음을 갖고 라운드에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얄CC의 대표적 핸디캡홀은 중코스1번홀(파4).
이홀은 우선 길이(3백75m)부터 파온의 부담감을 안겨준다.
또 페어웨이 우측이 OB지역, 중앙 좌측엔 20m에 달하는 벙커가 길다랗게
놓여있다.
주말골퍼들에겐 3온작전이 바람직하지만 이홀을 면밀히 파악하고
공략한다면 2온이 가능하다는게 챔피언 정씨의 주장.
티샷은 벙커와 페어웨이 우측 중앙에 있는 소나무 사이에 떨어뜨려야
한다.
주말골퍼 대부분은 OB가 두려워 좌측을 겨냥하지만 그결과 좌측벙커를
지나쳐도 온그린이 거의 불가능 하다.
그린 전방 20~30야드 앞에 버티고있는 5~6그루의 큰 나무가 2온을
방해하기 때문.
티샷을 잘해 2백20m안팎까지 보낸다하더라도 또다른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린까지 1백50~1백60m의 거리에 "눈에 보이지 않는" 오르막이 있다는
것.
따라서 한클럽 길게 잡고 공략해야 한다.
또 그린 구조가 좌,우 그리고 뒤쪽이 높고 중앙과 앞쪽이 낮다는 것만
사전에 알아두면 2퍼팅으로 막을수 있다는 것이 정씨의 분석이다.
<>.챔피언 정학모씨는 건축설계 기술사이자 로얄CC 경기위원.
키 1백61cm의 단신에 몸무게 73kg인 신체조건에서 보듯 정씨에게선
싱글이란 인상을 읽을수 없다.
그러나 그를 대하면서 골프는 많은 변수가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골퍼들이라면 누구라도 싱글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엿볼수
있다.
정씨는 페어웨이 우드샷을 장기로 꼽는다.
1백50~1백80m 떨어진 그린은 우드로 공략한다는 것.
즉 단신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쓸어치는" 우드가 "찍어치는"
아이언보다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정챔피언의 골프인연도 남다르다.
지난 83년 혈전증으로 쓰러져 2~3개월 병원신세를 졌던 그는 운동을
하라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클럽을 잡았다는 것.
그는 "살기 위해" 끊임없이 골프연습을 했다.
그리고 7~8개월만에 몸무게 7kg을 빼 건강을 회복했고 1년6개월이
지나자 싱글진입에도 성공했다.
정씨는 연습만큼 스코어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며 그러나
스코어에 집착하기 보다는 골프를 즐긴다는 기분으로 라운딩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