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건너온 낭만적인 사랑이야기 2편이 안방극장을 찾아왔다.
샹탈 에커먼감독의 프랑스영화 "카우치 인 뉴욕"과 케빈 W 스미스감독의
영국영화 "로맨싱 커플".
12월들어 할리우드액션과 한국코미디, 애니메이션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조용히 빛을 발할 수준높은 로맨틱코미디들이다.
짜임새있는 이야기구조,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영상에 재치있는 유머를
곁들이면서도 할리우드류, 또는 한국류의 경박함으로 흐르지 않는다.
"카우치 인 뉴욕"은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펼쳐지는 따뜻한 사랑이야기.
무미건조한 생활로 우울하게 지내던 뉴욕의 정신상담의 헨리(윌리엄 허트)
는 모신문 파리판에 6주동안 방을 바꿔 지낼 사람을 구하는 광고를 낸다.
영어공부차 영자지를 읽던 발레리나 베아트리스(쥘리에트 비노슈)는 남자
들의 열렬한 구애에서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 헨리의 광고에 응한다.
파리중심부의 어수선한 서민아파트에 묵게된 헨리와 뉴욕 호화아파트에
짐을 푼 베아트리스.
헨리가 베아트리스의 사랑을 갈구하던 남자들에게 시달리고 그녀앞으로
날아오는 수많은 러브레터를 호기심으로 읽는 동안 베아트리스는 닥터 헨리를
찾는 고객들의 딱한 사정을 동정하며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다 아예 깊이
있는 상담을 하게 된다.
2주 일찍 뉴욕에 돌아온 헨리는 아파트에 잠시 들렀다가 그동안 달라진
변화에 충격을 받는다.
몰라보게 활기찬 애완견 에드가, 차도가 없어 보이던 환자들의 생기도는
모습 등.
헨리는 친구집에 머물며 환자로 가장, 베아트리스를 만난다.
상대의 생활공간 속에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던 대조적인 성격의 두
남녀가 마침내 부딪치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섬세하고 아기자기하게 그려
진다.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쥘리에트 비노슈의 매력.
타고난 박애정신의 소유자로 주위에 사랑과 활력을 불어넣는 착한 여인역을
눈부시게 표현한다.
"퐁네프의 연인들"의 반항어린, "블루"의 허무에 가득찬 표정은 간데 없고
순수하고 생기발랄한 눈빛만을 발산한다.
"로맨싱 커플"은 외로운 노총각의 힘들고 고달픈 사랑찾기.
별볼일없는 클래식작곡가인 마이크는 꼬치꼬치 따지는 성격탓인지 여자와
사귀어봤자 길어야 1년.
오랜 친구인 헬렌이 있지만 만나기만 하면 다툰다.
어느날 아무도 반기지 않는 파티에 간 마이크는 검은 머리에 고혹적인
자태로 앉아있는 사라를 만나 마음을 빼앗긴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사라를 다시 만난 마이크.
실연당한 사라를 따뜻하게 위로하고 그녀도 마이크의 순박하고 사려깊은
매력에 빠져든다.
하지만 다음날 사라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조나단이 돌아왔다고 전한다.
마이크는 헬렌을 찾아가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 다시 사라가 접근한다.
헬렌과 사라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이크.
고민끝에 헬렌을 선택하지만 사소한 다툼끝에 헤어지고 사라를 찾아가니
조나단이 버티고 있다.
개성강한 캐릭터들간의 재기넘치는 대사의 충돌이 웃음을 유발하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
리즈 딘스데일, 존 한나, 빅토리아 스머핏, 클라라 벨라 등 탄탄한 연기력
을 갖춘 영국배우와의 만남도 즐겁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