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날씨가 좋지 않아서..."

노르웨이사람들은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한다.

그 의미는 그러나 기후조건이 나빠서 싫다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악조건속에서 삶을 이어온 힘찬 민족성을 과시할 때 그들은
날씨얘기를 꺼낸다.

11월 중순의 오슬로는 코트깃을 세우도록 만드는 쌀쌀한 날씨다.

오후 4시만 되면 이미 사방이 어둑어둑해진다.

길거리의 한적한 인파에 막연한 어색함을 느끼게 되는 노르웨이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우등생.

그러나 이들에게도 우려가 없지는 않다.

바로 고성장이다.

노동력이 부족해 고성장은 임금과 인플레율의 상승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거시경제지표는 단연 세계최고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이 최근 4년동안 3~5%로 견실하고 실업률은 3%정도로
유럽연합(EU)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에 비해 월등히 낮다.

연1~2%의 인플레율도 돋보이는 수치.정부재정과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를 넘어 세계에서도 열손가락안에
드는 높은 수준이다.

무디스(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의 국가신용도평가는 "트리플A".

주변국에서는 노르웨이의 경제부흥이 석유덕분이라고 말한다.

사실 석유.가스부문이 노르웨이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GDP의 15%, 한해 수출의 약35%가 석유.가스부문에서 발생한다.

석유수출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2위.

그러나 노르웨이의 유전은 중동의 그것과 다르다.

북해의 깊은 바닷속에 있다.

콘크리트나 철근구조물을 세우고 암반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 만만찮은
채굴과정이다.

기술을 향상시켜 채굴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노르웨이의 부는 열악한 기후조건만큼 쉽지 않은 자연조건을 극복하면서
생산성을 향상시켜온 기술개발의 결과다.

노르웨이경제에서 우려가 고조되는 대목은 의외로 "고성장"에서 비롯된다.

4%정도의 성장에 경기과열이라고 야단이다.

국제통화기금(IMF)권고대로 성장률을 낮춰야 하는 한국의 고민과는
정반대다.

노르웨이에서는 자국산업을 해양부문과 내륙부문으로 나눈다.

이중 경기과열우려는 내륙부문에서 심하다.

최근 4년동안 내륙부문만의 GDP성장률이 연평균 3.6%에 달하자 숙련공
부족이란 고민에 빠진 것이다.

숙련공부족은 노동임금의 상승에 이어 필연적으로 인플레율을 끌어올리게
된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목은 이같은 결과가 현실화돼 경제주체3자(정부
고용자 노동자)간에 비공식적으로 맺어진 "노사정합의"(Solidarity
Alternative)구도가 깨지는 것이다.

노르웨이중앙은행은 올해 2.5%인 인플레율이 한두해안에 4.5%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다른 우려는 석유 가스가 고갈됐거나 가격이 폭락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하는 점이다.

비록 수십년간 채굴할 매장량이 있고 석유기금을 만들어 돈을 비축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서유럽으로 천연가스공급에 열을 올리는 등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더구나 사회민주주의국가인 노르웨이는 노인.장애연금만으로 GDP의 약10%가
나간다.

이같은 상황에 대응, 노르웨이정부는 석유기금 운용방식의 점진적인
개선을 꾀하고 있다.

여유있는 상황에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장래를 준비하는 노르웨이의
자세, IMF의 관리하에 들어간 한국경제는 진작에 노르웨이를 배웠어야
했다.

[[ 노르웨이 국가개항 ]]

<>공식이름 : 노르웨이왕국(입헌군주국)
<>면적 : 38만5천6백평방km
<>인구 : 4백40만명(97년)
<>주요도시 : 오슬로(수도) 트론하임 베르겐
<>주요정당 : 노동당 진보당 기독민주당 보수당 좌파사회주의당
<>통화.환율 : 크로네, 1달러=7.0290크로네(97년11월)


<오슬로=박재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