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 수립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한반도 4자회담이
9일 제네바에서 1차 본회담의 막을 올린다.

54년 4월 제네바 정치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
하기 위한 시도가 성과없이 끝난이후 43년만에 다시 다자회담을 통한 평화
체제 구축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회담은 남북관계 차원에서는 지난 92년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9차 남북고위급 회담이 북한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중단된이후 비록 미국과
중국이 포함된 간접대화 형식이지만 다시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국제적으로는 냉전체제가 붕괴된 이후 지구상 마지막 냉전지대로 남은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한과 관련 당사국인 미국, 중국이 공동으로
해법을 논의하는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본회담이 실질적인 신뢰구축조치를 가시화 할 경우 한반도의 긴장
완화는 물론 동북아의 지역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6.25 휴전이후 44년동안 지속돼온 정전협정체제라는 불안정한 구조는
항구적인 평화협정체제로 대체돼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들면 상호비방중지, 남북간 인적.물적교류 등 정치 사회적 긴장완화에
이어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남북한간 핫라인 설치 <>전방에 배치된
병력의 후방배치 및 감축문제 등 군사적 신뢰구축방안도 추진하거나 실현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동시에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과 농업구조 개선사업을 비롯해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에의 합작투자등 각종 경협사업도 본궤도에 오를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자회담의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북한이 예비회담 수석대표를 본회담 수석대표로 그냥 내보내고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의제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태도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에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내심을 갖고 회담에 임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한국수석대표인 이시영 주프랑스대사는 "중동평화회담처럼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긴 여정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회담의 진전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않고 신중하게 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이번 1차회담에서 우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수립할때
까지 현재 무력화된 정전협정이 준수될 수 있도록 하고 92년 발효됐던
남북기본합의서 내용을 재확인하는데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여기에 본회담의 운영과 관련한 세부적인 틀을 도출해 냄으로써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앞으로의 회담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기본 토대를 마련
한다는데 역점을 둘 방침이다.

< 김선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