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강력한 독려로 10개 은행이 지난 6일 10개 종금사에 3조7천억원
을 1주일동안 긴급융자하면서 사상 초유의 금융기관 집단부도에 직면한
종금사들이 한 고비를 넘기는 듯했지만 8일 자금시장 상황은 여전히 중증
동맥경화증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종금사의 과부족자금을 주택은행 등 특수은행이 메우는데 적극 나서면서
증권사등 타금융기관에 흘러갈 자금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금융기관 자금난
이 제2금융권 전체로 확산되는 있는 것이다.

특히 고려증권 부도이후 증권 투신사들에 연결되어 있는 자금파이프가
막히기 시작, 증권업계 전체가 부도도미노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콜거래 중단으로 증권업계의 이날 자금부족규모는 1조5천억~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바람에 고려증권 다음 순서로 거론되는 증권사 이름까지 나오고 있는 등
사태의 심각성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부 증권사가 부도를 모면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키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보유주식과 회사채매각은 주가폭락과 실세금리폭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종금사의 집단부도위기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주 후반부터 연일 부도위기에 몰린 9개 종금사는 이날 만기도래하는
콜자금 상환에다 계속되는 예금인출로 생긴 부족자금이 1조9천억원에 달하는
데도 자금줄 역할을 하는 은행권은 요지부동이다.

은행권은 6일의 긴급융자는 정부의 강요에 의한 것인 만큼 추가로 자발적인
콜자금 제공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이날도 콜금리는 전주말에 이어 법정상한선인 연 25%를 기록했고
채권시장에서도 거래가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회사채(3년) 유통수익률이 연
22.95%로 20%대를 돌파하는 등 폭등세를 보였다.

어음시장 역시 종금사의 자금난이 개선조짐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3개월
짜리 CP(기업어음)할인율이 연 25%의 법정상한금리에서 형성되고 있으나
거래가 안돼 자금상황을 대표하는 지표로서의 금리 의미는 상실했다는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융계는 "부족자금이 1조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일부 종금사에
대한 과감한 정리와 은행과 종금사간 신뢰를 회복할수 있는 대책이 없는 한
지금의 금융공황은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시스템의 핵심에 위치한 콜거래를 활성화시키지 않는 한 정부의
일시적인 긴급자금 지원이 있다해도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이날 만기도래한 RP(환매채) 재연장으로 증권사와 종금사
에 4천7백억원을 지원했으나 역부족인 상황이다.

은행감독원은 이날 30개 종금사에 대한 자금관리에 착수, 영업정지상태인
9개 종금사에는 직원을 파견한데 이어 나머지 21개 종금사에 대해서도
담당직원을 배치했다.

은감원은 모든 종금사에 대해 자금수급및 과부족현황 예금인출상황 등을
종합 파악하기로 했다.

은감원은 이같은 정보를 토대로 한은집행부와 협의, 예금인출에 따른
자금부족분을 콜자금으로 지원해 주도록 할 방침이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