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공급되는 달러화가 없으니 안정될리 만무다.

환율은 급등세를 이어갈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구(IMF) 시각으로 보면 달러당 1천2백원도 높은 수준인데
1천3백원을 가볍게 넘어서더니 이제는 1천4백원대를 굳혀가는 양상이다.

IMF 자금이 유입되면 외환시장이 안정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충격도 커 보인다.

<> 환율 폭등원인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수급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외환딜러들 사이에는 "막다른 골목에 다달은 느낌"이라는 위기의식까지
형성되고 있다.

현재 외화를 차입할 수 있는 길은 완전히 막힌 상태.

외국계은행들은 그나마 일부 국책은행이 가지고 있던 얼마 안되는 크레딧
라인을 줄여 가고 있다.

BIS(국제결제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한 몸사리기 때문으로 풀이
된다.

금리.기간.규모에 관계없이 빌리겠다(3불문)고 매달리는 국내 금융기관들
에게 이들은 "내년에나 보자"고 답하고 있다.

연말에는 결제용 달러화 수요가 대폭 증가하는 것이 보통.

그러나 유일한 희망인 IMF 자금은 스케쥴을 따져 볼때 연말 자금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취약한 수급구조탓에 8~9일에는 정유사들의 결제수요가 몰리자 환율은
1천4백원대까지 솟구쳤다.

딜러들은 시장이 왜곡돼 비정상적인 환율을 형성하고 있다며 그 배경으로
금융기관간의 불신을 꼽고 있다.

불신의 도화선은 자금시장과 마찬가지로 9개 종금사들에 대한 영업정지.

영업정지 당한 종금사들의 선물환거래를 어떻게 결제할지 아무 지침도
나오지 않아 달러공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외국계은행 뿐 아니라 국내 은행들도 종금사들과의 달러거래
라인을 모두 끊었다.

달러거래 라인이 끊기면 시장에 주문을 내기가 힘들다.

때문에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확보하려는 일부 종금사들은 중개실을 통해
매도주문보다 높은 값에 매수주문을 내놓고 거래가 체결되길 기다린다.

이 경우 매수주문에 맞춰 매도주문을 높일 경우 거래가 체결되고 결국
환율은 크게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딜러들은 최근 거래도 없이 환율이 달러당 1백원씩 치솟고 매도주문보다
매수주문이 많은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이같은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분석
하고 있다.

<> 딜러들의 요구 =무엇보다 "누구도 믿지 못하겠다"는 심리적 신용공황이
차단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왜곡현상 해소를 위해 영업정지를 당한 종금사들의 현.선물환 거래분을
외평기금등 특정 중개기관에서 결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금시장의 경색을 막기위해 원화자금이 지원된 것을 감안, 외환시장에도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이와함께 그룹사 종금사들의 경우 다른 계열사의 달러화 확보차원에서
이뤄진 거래가 적지 않은 만큼 거래 상대처도 해당 계열사로 변경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환율전망 =딜러들은 현 상황에서 환율이 어느수준까지 오를 것이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수급구조를 볼때 환율상승으로 시장 안정을 기대할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공급이 어느정도 있어야 시장 메카니즘에 의한
가격형성을 얘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단기적으로 달러당 1천5백원을
넘어설수도 있다는게 해외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