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대한 나라 중앙 신한 한화 등 5개 종합금융사에 대해 추가로
영업정지명령을 내림에 따라 이들의 선정기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경원이 지난 2일자로 영업정지명령을 내린 9개 종금사는 다분히 IMF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시범케이스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영업정지는 유동성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최근 금융공황의 진원지 역할을 한 서울소재 대형 전환종금사들이 선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5개 종금사의 여신규모(41억원)가 전체 종금사 총여신(1백34억원)의
30.7%에 달해 금융시장에 대한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이들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차제에 종금업계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하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선정기준 =이들 5개 종금사들은 모두 최근의 금융공황에 깊숙이 관련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지난2일 9개 종금사에 대한 영업정지이후 예금인출과 은행권의
콜자금 공급중단으로 연일 부도위기에 몰렸다.

지난 주말 한은과 시중은행에서 4조5천억여원을 수혈받아 급한 불은 껐지만
8일 돌아온 결제자금 2조원을 9일까지 막지못해 사실상 부도상태에 빠졌다.

이 와중에 시중금리들이 일제히 법정상한선(연 25%)까지 치솟아 멀쩡한
중견기업들이 연쇄부도를 내고 대기업그룹마저 자금차입이 막히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 자기자본대비 무수익여신비율도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나라종금의 경우 무수익여신이 3천1백21원으로 자기자본대비 무수익여신비율
이 1백60.55%를 기록했으며 자기자본과 무수익여신(3천8백69억원)이 업계
에서 가장 많은 대한종금은 1백17.35%에 달했다.

신한(1백14.12%) 중앙(1백9.35%) 한화(1백8.19%)종금 등도 무수익여신비율이
모두 1백%를 초과했다.

아울러 총수신이 전체 업계의 30%이상을 차지하는 5개 종금사를 전격
선정한 것은 이들이 종금업계 구조조정의 핵심라는 추측도 가능케 한다.

이들 종금사는 그동안 자력으로 영업활동이 어려운 상황에 몰렸던데다
IMF가 부실종금사에 대해 조속한 폐쇄조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정지후엔 대부분 자력에 의한 회생가능성이 낮아 결국 획기적인
자구노력이 없는한 정리대상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 어떤 회사들인가 =모두 지난해 7월 투금사에서 전환된 서울소재 전환
종금사들이다.

특히 이중 4개사가 최근 경영권에 변화가 생기거나 법정분쟁중이어서
이들에 대한 처리문제가 주목된다.

지난 82년11월 설립된 동아투금에서 전환된 나라종금은 지난달 17일
대주주가 보성그룹으로 바뀐지 20여일만에 영업정지를 당하는 비운을 겪었다.

최근 콜자금 부족으로 부도위기가 가장 심각했던 대한종금은 지난달말
기존 대주주인 성원그룹이 신동방그룹과의 공동경영을 선언하고 98년말까지
3천억원규모의 유상증자계획을 발표했으나 자구계획에 착수하기도 전에
영업을 정지당했다.

또 신한종금과 한화종금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각각 제일금고및 우풍금고와
법정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재판결과에 따라 경영권 변동가능성이 적지 않다.

< 정한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