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증권의 영업정지및 화의 또는 법정관리 신청은 증권업계 빅뱅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일 고려증권이 부도난데 이어 일주일만에 업계 4위 (약정액
기준)인 동서증권마저 영업정지를 당하게돼 중소형사는 물론 대형사도
구조조정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때문이다.

특히 재정경제원이 은행과 종금사에 대해선 정부의 현물출자와 무제한
자금공급등 "비상수단"을 동원하면서까지 정상화지원을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증권사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증권금융을 통해 증권사에 3조원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히고는 있으나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증권사의 돈가뭄을 해갈하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증권업계는 올들어 주가하락에 따른 수익감소와 상품주식 평가손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왔다.

증권사들이 올상반기(4월~9월)중 3천4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 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일부 증권사의 경우 적자규모(누적기준)가 자본금보다 많아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증권사도 적지 않다.

게다가 IMF(국제통화기금)의 요구대로 상품주식평가손을 100% 반영할
경우 증권사 적자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형편이다.

상반기중 평가손이 1조2백억원에 달하고 11월현재로는 1조3천억원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증권업계는 막대한 단기차입금을 갖고 있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기차입금이 자본금보다 많은 증권사가 7~8개사에 이르고 하루하루
돌아오는 콜자금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증권사도 적지 않다.

증권업계에서는 다음에는 이런저런 증권사가 위험하다는 "리스트"마저
돌아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모든 증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려증권 부도이후 대기업 계열증권사에는 위탁계좌가 늘어나고 있어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우량증권사와 그렇지 못한 증권사간에 격차가 심화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