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가 정유업계로 불똥을 튀기면서 원유도입을 위한 신용장개설이
불가능해지는 사태마저 등장, 에너지원의 안정적확보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1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만 해도 신용장개설이 그런대로
이뤄졌으나 달러화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금융위기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일부정유사들이 신용장마저 개설하지 못하는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신용장을 개설하는 경우에도 자금여력이 없어진 국내은행들이 통상60일
이상의 유전스(연지급수입)를 더이상 정유사들에 제공치 못하고 있어
원유대금결제기간은 종전의 1백20일안팎에서 30일~60일의 초단기로
짧아지고 있다.

정유사들은 기존수입대금의 결제분을 위한 달러확보에도 이미 초비상이
걸린 상태이나 이달들어 신규원유도입조건마저 급격히 악화되자 에너지도입
기반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극히 우려하고 있다.

A사는 국내은행에서 신용장을 열지 못하자 이달부터 외국은행 국내지점을
이용해 왔지만 이마저 11일부터 막힐 위기에 처해 회사고위 관계자들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회사는 원유도입이 끊길 경우 공장가동을 중단할수 밖에 없어 통산부에
정부비축원유를 당분간 빌려 쓸수 있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LG칼텍스정유 등 국내정유5사가 월평균 총7백50만배럴씩을 도입중인
원유는 배럴당 평균 20달러씩 잡아도 1회도입에 약4천만달러의 거금이 필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 양승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