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월급 95%를 저축하며 52개의 통장을 가진 사람, 플러스펜을 깎아
다시 쓰는 사람, 23년동안 자전거 한대를 갈고 닦으며 출퇴근을 해결하는
사람..."

현대중공업은 IMF시대를 맞아 내핍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절약과 검소를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종업원을 대상으로 "자린고비 베스트 10"을 선정했다.

그동안 경제가 좀 성장했다고 남들이 흥청망청할 때 이들은 곁눈질하지
않고 수십년간 묵묵히 근검절약을 실천해왔다는 점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

<>박두용(선실생산2부.57)씨는 74년 입사와 동시에 구입한 중고자전거를
아직도 타고 다닌다.

타이어 체인 몸체 등을 수십번 갈아끼우고 색이 벗겨질 때마다 페인트를
칠해 이제는 완전한 수공예품이 됐다.

책상도 40년전에 손수 만든 것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김윤권(전장설계부.40)씨는 입사때 받은 안전화를 15년동안이나 사용
하고 있다.

회사에서 2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지급하지만 마다하고 옛 신발을 고집
한다.

앞부분은 벗겨져 보호쇠붙이가 드러나고 뒷굽도 몇차례나 갈아신고 있다.

<>이동주(시스템개발부.46)씨는 20년간 "용돈 0원"의 신화를 창조해온
인물.

그는 수입의 95%를 은행에 집어넣는다.

쓰고 남는 돈을 저축하는게 아니라 저축부터하고 자투리 돈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지난해 3천30만원을 저금해 총수입 3천2백만원의 95%를 저축했다.

<>김창기(운반기계생산부.36)씨의 경우는 한번 쓰고는 버리는 작업용
목장갑을 거둬 집에서 빨아 동료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켤레에 1백50원밖에 안하지만 쓰고 그냥 버리면 연간 비용이 엄청나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목장갑뿐 아니라 글라인더 돌이나 용접유리 등 자잘한 공구들도 일일히
주워 공구실에 반납하는 등 "재활용 전도사"다.

<>오재금(의장2부.45)씨는 플러스펜도 연필처럼 깎아쓰자는 아이디어를
내 회사내에서 연간 5백만원의 원가를 절약했다.

연간 소비량 1만다스중 3천다스가 줄어든 것.

이 아이디어를 PC통신에 올려 전 회사에 이 운동을 확산시켰다.

<>정강술(선행도장부.45)씨는 새벽 3시부터 부부가 신문배달을 하고 퇴근
후에는 폐신문지를 모으는 성실파.

울산지역에서 가장 많은 양인 2천부의 신문을 새벽에 돌린다.

저녁에 그가 모으는 폐신문지는 연간 1백t에 달한다.

아침저녁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한달에 버는 돈은 월급과 맞먹는다.

이밖에 폐지를 모아 불우이웃을 돕는 안장수(철탑생산부.41)씨, 스테플러
한개를 22년간 쓴 조유종(선실설계부.45)씨, 안전모와 용접면을 각각 13년씩
사용한 박선용(품질경영부.38)씨와 이현제(운반기계생산부.44)씨도 근검절약
의 "달인"이다.

< 조주현.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