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무서운 10대'' 이상협(18)
화이트미디어 사장.

3년 연속 정보통신부장관상, 신소프트웨어상품대상, 신한국인상 등을
휩쓸며 18세 벤처기업 사장의 신화를 창조해온 그가 다시 정통부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주과한 ''소프트엑스포 97''의 상품상 대통령상 수상자로
선정돼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개발한 멀티미디어 저작도구 ''칵테일97''은 출하 5개월만에 외국
프로그램을 몰아내고 국내시장의 52%를 점령했다.

또 ''칵테일 해외판''으로 국채 최초 패키지 소프트웨어 수출이란 기록을
남기며 세계시장에서의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나의 경쟁상대는 빌 게이츠 뿐"이라고 말하는 야심만만한 ''신세대
프로그래머''를 소프트엑스포 97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종합전시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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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사람 = 유병연 과학정보통신부 기자]

-PC경진대회 공모전 대상 수상경력을 인정받아 내년 한국과학기술대학
(KAIST)에 특례입학 자격을 받아놓았다고 들었는데.

"애초 올해초 입학 예정이었으나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1년을 미뤘습니다.

사실 학벌에 대한 미련은 없어요.

그래도 과기대에 들어가는 건 저같이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친구를 많이
만날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입니다"

-중.고등학교시절 자퇴를 생각한 적도 있었다던데.

"컴퓨터가 없으면 못살던 시절이었습니다.

컴퓨터는 지긋지긋한 공부에서의 유일한 탈출구였어요.

그러나 노트북을 끼고 학교에 가면 똥폼 잡는다고 시비거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참고서를 쌓아놓고 그 뒤에서 노트북을 펴고 프로그램을 짜다
걸려 매도 많이 맞았습니다.

컴퓨터 조금 한다고 선생님을 무시한채 시건방을 떤다는 거예요.

고3때는 성적이 떨어지자 아버지가 노트북을 부숴버리기도 했죠.

그래서 몇차례 자퇴를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눈물어린 만류로 학교는 계속 다녔어요"

-그래도 결국 컴퓨터를 포기하지 않았는데.

"좁은 교실에서 똑같은 정규과목을 반복 주입하는 학교공부는 정말 하기
싫었습니다.

만약 컴퓨터가 수학만큼 주요 과목이라면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받았을텐데.

그땐 정말 오기로 버텼습니다.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오기였죠.

새벽부터 밤늦도록 죽기 아니면 살기로 프로그램 짜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컴퓨터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습니까.

"국민학교 4학년때 컴퓨터란게 뭔지도 모르면서 부모님께 무작정 사달라고
졸랐죠.

그래서 8비트 컴퓨터를 어렵게 구입했습니다.

그 컴퓨터로 할수 있는 일은 프로그램 짜는게 전부였어요.

원래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 제작에
빠져들었습니다"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소프트웨어인 칵테일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칵테일의 아이디어 착상은 4~5년 전쯤이었어요.

당시 영상과 문자가 합해진 형태의 전자편지를 제작하는 소프트웨어를
구상했죠.

이후 윈도 프로그래밍을 한달만에 독파하고 1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현재 칵테일의 모태가 된 "광개토대왕"을 개발했습니다.

이어 누구나 손쉽게 발표용자료 가족앨범 멀티백과사전 각종CD롬타이틀
홈페이지등을 만들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기능을 향상시켜 칵테일이란
이름으로 내놓았습니다"

-미국 인텔사가 칵테일을 "특집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선정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인텔이 자사가 개발한 CPU(중앙처리장치)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한
프로그램중 하나로 저희 제품을 선택한 것입니다.

칵테일97이 세계적인 업체로부터 기술과 인지도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히려 해외로 나갈수록 칵테일에 대한 반응은 좋습니다"

-이제 어엿한 회사의 사장인데 처음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처음 제품을 들고 업체를 돌아다닐 때는 고등학생이 만든 제품이라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공부나 하라고 면박을 주기 일쑤였죠.

칵테일의 잇단 수상소식이 알려지면서 제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화이트미디어 사장으로 특별한 경영철학이 있습니까.

"기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기술속에 정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직함이란 고객에 대한 좋은 제품의 약속입니다.

또 정도경영에 대한 다짐이죠.바른 길이 아니면 이익을 내도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칵테일97이 출시하고 2개월만에 불법복사 CD가 돌더군요.

저에게도 버젓이 칵테일97 불법복제품을 사라는 광고편지가 3통이나 날아
들었습니다.

이때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시장의 열악함을 뼈저리게 느꼈죠.

지금도 불법복제품이 대부분이고 일반판매는 학교나 기관을 중심으로
소량에 그치는 실정입니다.

시장이 이렇게 척박한데 좋은 제품이 나올수 있겠습니까.

좁고 열악한 국내시장에 연연하기 보다 미국에 진출해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걸어볼 작정입니다"

-최근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고 들었는데 본후의 소감은.

"10월15일부터 11월초까지 첨단벤처의 메카인 실리콘밸리를 둘러보고
왔습니다.

야후나 오라클등 굵직한 회사를 방문해 시장과 기술동향을 살폈습니다.

먼저 미국시장이 어마어마하게 큰데 놀랐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시장의 1%도 되지 않아요.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를 다시한번 다지는 기회가 됐습니다.

한편으론 칵테일의 기술력이 세계최고라는 확신도 생겼습니다.

미국시장에서의 경쟁에 자신감이 붙었죠"

-향후 구체적인 해외진출 계획은.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일이 칵테일 영문판의 해외 수출입니다.

국내에서 칵테일로 벌어들이는 수익금 전부를 영문판 제작에 쏟고
있습니다.

제품의 기술력에 자신이 있고 해외판권 계약을 맺은 삼성물산이 대대적인
홍보전략을 세워놓고 있어 수출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달말 테스트가 끝나는데로 해외시장에 제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 내후년쯤 실리콘밸리에도 진출, 세계 시장을 본격 노크할 계획입니다"

-단기간내에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주위로부터 질시의 시선도 있었다고
하던데.

"신문에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동업을 제의해 왔습니다.

이를 거절하자 폭언을 퍼붓는 사람도 있었죠.

어린놈이 건방지다는 거예요.

또 어린아이가 돈좀 벌었으니 기부를 하라는 전화도 수없이 많이
받았습니다.

심지어 사기를 당한 경우도 있구요.

쓸데없는 일에 사사건건 신경쓰기 보다는 그 시간에 프로그램 한줄이라도
더 짜는게 낫다는 생각에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업계의 자라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컴퓨터를 하는게 쉬운 일은 결코 아닙니다.

학교공부가 하기싫어 컴퓨터와 싸운다면 실패는 뻔한 일이죠.

학력도 없고 실력도 없다면 인생은 끝장입니다.

세계 최고의 프로그래머가 되겠다는 의욕을 갖고 공부보다 몇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