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증권에 이어 불과 일주일만에 동서증권이 잇따라 좌초하자
증권감독원장을 포함한 대부분 직원들이 연일 철야근무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

업계 4위의 대형증권사로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동서증권이 금융한파에
휩쓸린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하면서도 고객에게 반환할 고객예탁금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고심.

증권감독원 관계자는 "투자자보호기금은 지난번 고려증권의 부도때 모두
고갈돼 당장 고객예탁금을 반환할수 없는 상황"이라며 "재원을 확보하려면
다소 시일이 걸릴텐데 고객들의 항의를 어떻게 감당할지가 걱정"이라고
우려.

<>.동서증권의 영업정지 소식이 알려지자 증권업계도 이날 긴급
사장단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

그러나 증권사들이 모두 자금난에 시달리고있어 정부에 건의하는
수준에서 회의는 마감.

증권업계는 우선 1천억원에 달했던 투자자보호기금이 고려증권의 부도로
바닥난 점을 상기하고 정부에 3천여억원의 기금 지원을 건의.

증권업계는 "정부에서 금융기관예금을 보호한다고 밝혔고 고객예탁금은
즉시 사용해야 하는 성격임을 들어 2개월간 기다리지 말고 즉시 지원해
주어야한다"고 주장.

이날 회의에서 일부 사장들은 사장단회의의 승인도 받지 않고 기금을 다
사용했느냐는 항변이 나와 협회측이 증관위허가를 얻어 집행할수 있다는
관련 규정을 설명하는등 분위기가 다소 험악했다는 후문.

<>.영업정지명령을 받은 동서증권의 전국 82개 지점엔 타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려는 고객들의 발길로 분주.

부도를 낸 고려증권과 달리 법정관리신청이라는 다소 의외의 결과에
당황해하던 고객들은 직원들 못지않게 동서증권의 운명에도 관심을 가지는
모습.

객장에 나온 한 고객은 "며칠전부터 동서증권의 자금난을 듣고 있었지만
이처럼 빨리 법정관리라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인수협상이 잘 되길 바란다고.

<>.동서증권 직원들은 "회사가 이렇게 힘없이 무너질 줄은 몰랐다"며
삼삼오오 모여 당국의 소신없는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회사의 진로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또 D증권사 관계자는 "동서가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자정까지 TV뉴스를
지켜봤지만 별다른 소식이 없어 안심하고 있었는데 조간신문의 기사를
보고 매우 놀랐다"며 애석해하기도.

< 백광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