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제공능력이 부족한 기술집약적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말
처음 도입되었던 기술담보대출제도의 내년도 시행방침을 놓고 과학기술처와
한국종합기술금융(KTB)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IMF 한파에 따른 기업들의 연쇄부도사태 속에서도 기술집약적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의욕만큼은 북돋워야 한다는 과기처의 정책의지와 앞날이 불투명한
경제상황에서는 대출금회수를 위한 아무런 장치없이 손해를 감수한채 대출
해주기 어렵다는 KTB의 입장이 맞닥뜨리고 있다.

이에따라 KTB를 창구로한 기술담보대출제도의 내년도 대출금 규모나 조건
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기처는 일단 내년도에도 기술담보대출제도를 지속적으로 시행키로 했다.

이 제도를 통한 지원규모도 올해와 같은 3백억원으로 정했다.

대출조건도 연리 10%, 3년상환으로 올해와 동일하게 유지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관련, 과기처 관계자는 "어떠한 상황에서든 담보제공능력이 부족한
기술집약적 중소기업의 지속적인 육성을 위해 KTB를 통해 기술을 담보로
지원하는 대출금의 규모와 조건을 현재대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KTB는 그러나 IMF한파로 인해 대기업그룹까지도 흔들리는 등 기업들의
연쇄부도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기술담보대출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철저한 내외부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경쟁력이 충분한 기술기업에 대출해
주고 있지만 이들 기업이 최근의 금융공황에 따른 연쇄부도고리에 휘말릴
경우 대출금을 고스란히 떼일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10%의 금리로 내주는 대출재원(과학기술진흥기금)의 차입금리
6%를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지게돼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KTB는 올한해 98개업체에 총 2백16억원 규모의 기술담보대출을
승인했고 이중 79건 1백65억원의 대출이 이루어졌는데 지난 12일 이 제도를
이용해 4억여원을 빌려간 중견 컴퓨터업체 큐닉스가 부도를 내는 등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KTB는 이에따라 과기처의 정책의지를 따르면서도 경영의 안정을 꾀할수
있는 제도개선방안 마련을 강력 요청하고 있다.

우선 이 제도를 통한 대출금규모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판단아래 대출
총액의 하향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대출해간 기업의 부도로 인해 발생한 손실분을 보전해줄수 있는 확실한
장치를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김재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