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국가부도'를 막으려면... .. 김중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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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웅 < 현대경제사회연 원장 >
설마하던 금융시장의 붕괴 가능성이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의 중계기능은 실종되고 금융기관이건 기업이건, 모두 자기의 돈만으로
살아야 하는 자금의 자급자족시대로 돌아가는 듯 하다.
IMF의 구제금융으로 해결될 줄만 알았던 우리의 금융위기는 증폭되기만
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한꺼번에 파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위기감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우리는
망연자실해진다.
1천2백억달러 정도로 알았던 외채는 국내기업의 해외현지법인이 빌린
외채를 합하면 무려 1천7백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1년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실질적인 단기외채는 무려 1천억달러에
이른다.
원화 환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으며, 기력을 잃은 주식시장도
백방이 무효라 빈사상태가 된지 오래다.
더구나 실세금리는 법정한도인 25%를 넘어섰는데도 돈을 구할 수가 없다.
이처럼 환율이 폭등하고 돈이 돌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신용질서의 기본 전제인 신뢰성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담보나 보증이 없는 단기 자금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래 상대방간의
신뢰인데 지금은 아무도 서로를 믿지 않으려고 한다.
금융기관은 기업을 믿지 않으며, 금융기관간에도 은행과 종금사 사이에
신뢰가 깨어진 상태다.
신용거래가 원칙적인 금융시장에서 거래가 마비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뒷북치듯 따라가거나 땜질하듯 단편적으로 대응하는 조치는 정책당국에
대한 불신의 폭을 더해갈 뿐이다.
몇개씩 시차를 두고 영업정지된 종금회사 때문에 정부를 믿고 종금사에
콜신용을 주거나 예금을 인출하지 않은 고객이 손해를 보게 된 것이 그 예다.
국제결제은행의 자기자본비율 기준에 쫓기는 은행은 종금사와 기업에 준
콜자금이나 여신을 회수하고, 종금사도 기업에 준 여신을 회수함으로써
기업이 부도를 내고 이 때문에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다시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신뢰기반이 파괴된 금융시장은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으며,
공멸의 길을 걷게 마련이다.
더구나 개방시대에 국제사회에서의 신뢰상실은 곧 국제금융시장의 접근
불능을 뜻한다.
국내 기업이나 금융기관에서 발표하는 재무제표를 외국금융기관들이 믿지
않는다는 것은 벌써 오래된 일이다.
정부 정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일관성없는 정책, 투명하지 못한 정책, 예측불가능한 정책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IMF의 구제금융으로 겨우 외환시장이 숨통이 트여 해외자금이 유입될
기대를 하는 가운데 부실은행을 파산시키지 않고 도리어 국책은행화한 정부
조치나, 표를 의식해 정치권이 제기한 재협상 논의는 우리나라의 양해각서
실천의지에 IMF나 국제금융시장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의 자금유입은 정지되고 외환시장이 다시 파국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이렇게 극도로 혼란에 빠진 금융시장을 되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금융시장의 경제 주체간에 만연해 있는 불신을
없애고 특히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정책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한번 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공신력있는 기관의
보증으로 취약한 신뢰도를 뒷받침하여야 한다.
또한 모든 금융기관간의 콜거래를 정부가 보증하며, 거래정지된 금융기관의
예금자 보호를 좀더 확실하게 함으로써 고객을 안심시키고 금융기관간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대책을 강구함에 있어 관계 전문가의 지혜를 수렴하여
밀실행정에서 오는 시행착오를 없애야 한다.
둘째 국제금융사회에 우리의 확고한 구조개혁 의지와 위기관리 능력을
확신시키는 일이다.
일부 국수주의자들이나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내던지는 재협상 논의는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따름이다.
IMF와 합의된 구조조정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실행하여 우리의 개혁 실천
의지를 보이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추락한 우리의 신뢰를 회복하는 첩경인
것이다.
지금의 외환위기는 IMF의 지원자금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하나의 미끼로서 국제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여 국제금융
시장의 자금이 유입되어야 비로소 외환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는 것이다.
후란시스 후쿠야마는 사회 구성원간의 신뢰는 사회적 자본이며, 이는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신뢰는 사람들간의 거래에 있어 계약비용을 절감시킨다.
신뢰가 없는 사회에선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를 믿도록 하고, 상대방이
나를 믿게 하기 위하여, 불필요한 계약비용(bonding cost)이 많이 든다.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우리는 신용을 상실하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무신불입의 옛 교훈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진리임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국제사회에서의 협약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어떤 약속이건 충분히 검토되어야 하지만 한번 약속한 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것이 선진 국민의 도리다.
진정으로 양식있는 지도자는 국가 전체의 이익을 우선 생각하고 우리의
신뢰도에 흠이 갈지 모르는 발언과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5일자).
설마하던 금융시장의 붕괴 가능성이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의 중계기능은 실종되고 금융기관이건 기업이건, 모두 자기의 돈만으로
살아야 하는 자금의 자급자족시대로 돌아가는 듯 하다.
IMF의 구제금융으로 해결될 줄만 알았던 우리의 금융위기는 증폭되기만
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한꺼번에 파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위기감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우리는
망연자실해진다.
1천2백억달러 정도로 알았던 외채는 국내기업의 해외현지법인이 빌린
외채를 합하면 무려 1천7백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1년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실질적인 단기외채는 무려 1천억달러에
이른다.
원화 환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으며, 기력을 잃은 주식시장도
백방이 무효라 빈사상태가 된지 오래다.
더구나 실세금리는 법정한도인 25%를 넘어섰는데도 돈을 구할 수가 없다.
이처럼 환율이 폭등하고 돈이 돌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신용질서의 기본 전제인 신뢰성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담보나 보증이 없는 단기 자금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래 상대방간의
신뢰인데 지금은 아무도 서로를 믿지 않으려고 한다.
금융기관은 기업을 믿지 않으며, 금융기관간에도 은행과 종금사 사이에
신뢰가 깨어진 상태다.
신용거래가 원칙적인 금융시장에서 거래가 마비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뒷북치듯 따라가거나 땜질하듯 단편적으로 대응하는 조치는 정책당국에
대한 불신의 폭을 더해갈 뿐이다.
몇개씩 시차를 두고 영업정지된 종금회사 때문에 정부를 믿고 종금사에
콜신용을 주거나 예금을 인출하지 않은 고객이 손해를 보게 된 것이 그 예다.
국제결제은행의 자기자본비율 기준에 쫓기는 은행은 종금사와 기업에 준
콜자금이나 여신을 회수하고, 종금사도 기업에 준 여신을 회수함으로써
기업이 부도를 내고 이 때문에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다시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신뢰기반이 파괴된 금융시장은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으며,
공멸의 길을 걷게 마련이다.
더구나 개방시대에 국제사회에서의 신뢰상실은 곧 국제금융시장의 접근
불능을 뜻한다.
국내 기업이나 금융기관에서 발표하는 재무제표를 외국금융기관들이 믿지
않는다는 것은 벌써 오래된 일이다.
정부 정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일관성없는 정책, 투명하지 못한 정책, 예측불가능한 정책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IMF의 구제금융으로 겨우 외환시장이 숨통이 트여 해외자금이 유입될
기대를 하는 가운데 부실은행을 파산시키지 않고 도리어 국책은행화한 정부
조치나, 표를 의식해 정치권이 제기한 재협상 논의는 우리나라의 양해각서
실천의지에 IMF나 국제금융시장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의 자금유입은 정지되고 외환시장이 다시 파국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이렇게 극도로 혼란에 빠진 금융시장을 되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금융시장의 경제 주체간에 만연해 있는 불신을
없애고 특히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정책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한번 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공신력있는 기관의
보증으로 취약한 신뢰도를 뒷받침하여야 한다.
또한 모든 금융기관간의 콜거래를 정부가 보증하며, 거래정지된 금융기관의
예금자 보호를 좀더 확실하게 함으로써 고객을 안심시키고 금융기관간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대책을 강구함에 있어 관계 전문가의 지혜를 수렴하여
밀실행정에서 오는 시행착오를 없애야 한다.
둘째 국제금융사회에 우리의 확고한 구조개혁 의지와 위기관리 능력을
확신시키는 일이다.
일부 국수주의자들이나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내던지는 재협상 논의는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따름이다.
IMF와 합의된 구조조정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실행하여 우리의 개혁 실천
의지를 보이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추락한 우리의 신뢰를 회복하는 첩경인
것이다.
지금의 외환위기는 IMF의 지원자금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하나의 미끼로서 국제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여 국제금융
시장의 자금이 유입되어야 비로소 외환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는 것이다.
후란시스 후쿠야마는 사회 구성원간의 신뢰는 사회적 자본이며, 이는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신뢰는 사람들간의 거래에 있어 계약비용을 절감시킨다.
신뢰가 없는 사회에선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를 믿도록 하고, 상대방이
나를 믿게 하기 위하여, 불필요한 계약비용(bonding cost)이 많이 든다.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우리는 신용을 상실하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무신불입의 옛 교훈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진리임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국제사회에서의 협약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어떤 약속이건 충분히 검토되어야 하지만 한번 약속한 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것이 선진 국민의 도리다.
진정으로 양식있는 지도자는 국가 전체의 이익을 우선 생각하고 우리의
신뢰도에 흠이 갈지 모르는 발언과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