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New Economy)는 실제로 존재하는가"

요즘 미국 경제학계에서는 90년대의 미국경제를 설명하는 개념인 "신경제"
의 실재 여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신경제"는 90년대들어 미국 경제가 7년째 고성장 저물가 저실업의
"기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일군의 이코노미스트들이 갖다 붙인 이름.

전통적 이론에 따르면 경제성장 또는 고용증가는 물가상승을 유발하게
마련인데 90년대의 미국경제는 이같은 이론이 무색하게 물가안정속에 경제
성장과 고용증가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한 신경제 신봉론자들의 설명은 의외로 단순하다.

"기업의 글로벌화와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혁신이 인플레없는 경제성장을
가능케 한다"(스티픈 셰퍼드 비즈니스 위크 편집장)는 것.

휴대폰 업체들이 비약적인 기술혁신 덕분에 해가 다르게 서비스 질을
높이면서도 가격은 낮추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또 기업의 글로벌화는 미국산 상품 및 서비스 시장을 확대해주는 한편
미국시장에서의 가격상승을 억제하는 이중의 효과를 내 역시 고성장 저물가를
가능케 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들 신경제론자는 특히 과거에는 주택건설이나 자동차산업 등이 미국의
경제성장을 주도한데 비해 지금은 정보통신기술이 전체 성장의 25% 정도를
차지할 만큼 경제의 틀이 바뀌었음을 강조한다.

다시말해 요즘의 미국경제는 과거의 경제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신경제"라는 것이다.

반면 전통적 학설을 신봉하는 측에서는 이같은 이론을 일축하며 신경제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최근의 경기확장도 장기적인 경기사이클의 한 국면일
뿐이며 조만간 침체기에 들어가게 돼 있다는 것.

특히 이들 전통론자는 정부가 발표하는 생산성지표가 90년대나 80년대나
여전히 1.1%에 머물고 있는 점을 들어 신경제론자들을 공박하고 있다.

즉 신경제의 효율성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같은 효율성이 생산성증대로
나타나야 하는데 통계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대한 신경제론자들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한마디로 "정부통계는 기술발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마이클 맨델 이
코노믹스 편집인)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금융산업은 정부통계의 맹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정부통계상 금융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90년대에 연 0.2%에 그쳐
80년대의 3.2%에 비해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돼있다.

하지만 이는 금융부문의 생산을 은행종사자들의 근무시간으로 산출한
결과이며 실제로는 금융기관들이 업무전산화에 따라 직원수는 줄었지만
생산성은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편 미정부가 최근 발표한 통계에서는 지난 1년새 비농업부문의 생산성이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신경제론자들은 그들이 주장해온 신경제의 효율성이 이제 통계
상으로도 잡힌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전통론자들은 "그 정도의 상승폭은 80년대 이후에만도 3차례 달성된
적이 있지만 결국은 다시 1%대로 낮아졌다"(제임스 쿠퍼 비즈니스 아웃룩
편집인)며 여전히 신경제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