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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원 한파...직장 '살얼음판' .. '신바람' 자취 감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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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아니면 나"

    요즘 기업의 인사 한파를 설명하는데 이보다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한라중공업이 부도직전 직원의 절반을 내보내겠다고 발표했을때 한라의
    삼호조선소에 나돌던 유행어다.

    그게 이젠 모든 기업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공통 용어가 돼 버렸다.

    임원 50% 감축을 결정한 극동그룹의 경우는 물론이고 나머지 기업들도
    "너 아니면 나"라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대부분 기업의 임원은 3~4명 가운데 한명은 자리를
    뜨게 돼 있다.

    속이 편할리가 없다.

    어제만 해도 함께 커피 브레이크를 갖던 동료 임원이 내일이면 자리를
    비우게 된다.

    자신도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분위기는 임원들에겐 꽤나 익숙해져 있다.

    지난해에도 구조조정의 명목아래 기업에 따라선 1백명에 가까운 임원이
    밖으로 내몰렸으니까.

    임원 개개인에게는 구태여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시대논리를 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IMF시대의 감원 한파는 그동안 "안전지대"였던 직원들에게까지
    불어닥치면서 직장 분위기를 초긴장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K그룹 계열사에 근무하고 있는 L부장은 며칠전 회사에 출근해 자신의
    PC를 켰다.

    언제나 그랬듯이 우선 E메일을 열어본 그는 갑자기 뒷머리를 망치로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회사의 위기상황으로..."

    이렇게 시작된 E메일은 회사의 "불가피한 조치"에 덧붙여 퇴직 시기와
    조건까지 상세히 설명해 놓고 있었다.

    옆부서 B부장의 분위기를 살폈지만 PC검색을 끝낸 뒤에도 변화 없는 얼굴
    에서 "너"는 살고 "나"는 쫓겨난다는 실망감에 자리를 슬그머니 비워 버리고
    말았다.

    이쯤되면 월급봉투에 찍혀 나오는 "수고하셨습니다"라는 표현이 평소와
    달리 섬뜩하게 느껴지는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게다.

    그러다보니 회사의 근무 분위기가 좋을리 없다.

    어느 기업이고 "위기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해 놓았지만 자금과 관련된
    부서를 제외하곤 업무에 대한 집중력은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다.

    "임원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실업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지금은 상식을 기대할 시기가 아니니까요"

    모그룹 임원의 이같은 지적처럼 "너 아니면 내가 나가야 한다"는 상황에서
    일에 대한 신바람은 어느 사무실에서도 찾아 볼수 없다.

    차라리 임금을 대폭 삭감하더라도 모두가 함께 겨울을 나야 하는게 아니냐
    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국가부도위기의 구조조정기에 월급쟁이들의 호흡은 이래저래 짧아질
    수밖에 없는건 기정사실.

    그래서 사무실 곳곳에선 지금 그들 직장인들의 한숨소리만 커지고 있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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