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품 애용하자 ]]]


화장품브랜드 "샤넬".

국내 백화점 매장의 명실상부한 여왕이다.

샤넬앞에서 백화점들은 지시나 요구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수족일 뿐이다.

샤넬은 백화점에 입점할때부터 매장위치 판매수수료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심지어 샤넬의 허가없인 백화점조차 샤넬매장 사진도 찍을수 없다.

요컨대 세입자가 집주인을 이래라 저래라 호령하고 있는 셈이다.

유럽 미국등에서는 그저그런 브랜드인 샤넬이 한국에서 이처럼 콧대높게
된데는 우리 소비자들의 책임이 크다.

외제라면 사족을 못쓰는 소비행태때문에 백화점들이 앞다퉈 샤넬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샤넬만 끌어오면 다른 매장보다 보통 2~4배 가량의
매출을 올릴수 있는데 어떤 백화점이 샤넬앞에 굴복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라고 반문한다.

이같은 맹목적 선호현상으로 현재 국내화장품시장의 30% 가량을
외제화장품이 석권하고 있다(국내 화장품업계추산).

한국여성 3명중 대략 1명은 외제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올 들어서만 10월말 현재 2억3천7백만달러어치를 들여왔다.

외제선호현상은 이제 의류에서부터 세면용품 스포츠용품 가전제품
주방용품 가구 등 전품목으로 무섭게 확산되고있다.

올들어 10월말까지 의류수입액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2.2% 늘어난
8억7천만달러.

같은기간 가전제품은 33.2% 증가한 4억2천5백만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심지어 이 기간동안 목욕통을 3백23만달러어치, 변기를 8백85만달러어치
들여왔다.

골프채는 9천4백17만달러어치를 수입했다.

한술 더떠 미국인들이 입다만 헌청바지는 높은 가격에도 없어서
못팔지경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있는 외제 이쑤시개매장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벌에 수백만원씩 하는 모피의 경우 지난해 1억1천만달러어치를 수입,
세계최대수입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까지 달았다.

이러다보니 대부분의 국산품은 멸종단계에 다다랐다.

전기면도기의 경우 수입품이 이미 국내시장의 98.5%를 장악했다.

또 수입 커피메이커는 85.8%, 토스터는 8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중이다.

맹목적 외제선호는 "망국에 이르는 병"일 뿐이다.

단순히 국산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애용해야한다는 논리는 글로벌
경제체제에 맞지 않다.

그러나 오로지 외제이기때문에 가격 품질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선호한다는 것은 더더욱 이치에 맞지 않는다.

< 특별취재단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