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변동폭이 사실상 완전 폐지됐다.

외환시장으로서는 전에 없는 새로운 환경이다.

IMF의 요구에다 정부의 내적인 필요도 있던차였다.

64년 단일 변동환율제, 80년 복수통화바스킷제, 90년 시장평균 환율제에
이은 환율 제도의 일대변혁이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은 국제적인 자본거래에 완전히 노출되는
소위 선진국형 개방시장으로 변화하게 됐다.

물론 정부가 이런 단안을 내린데는 IMF 구제금융에 대한 나름대로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화 수급이아직 취약한 상황하에서 그만큼 실패의 위험성도
높아졌기 때문에 당장 16일 개장되는 외환시장이 어떤 첫 반응을 보여줄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 환율동향 =달러당 1천9백원대까지 수직상승하던 환율은 15일 이날의
하한가인 1천5백63원90전까지 내려갔다.

이에따라 지난 5일 이후 오르막길로만 치닫던 매매기준율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16일 적용되는 매매기준율은 전일보다 93원90전 낮은 1천6백43원70전이었다.

외환딜러들은 "외환당국의 강력한 시장개입으로 환율이 하락세롤 돌아섰다"
며 "단기적으로 안정세를 기대해 볼만 하다"고 설명했다.

환율 폭등세를 초래한 악순환 고리가 차단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최근의 시장흐름은 "환율 불안심리->달러화 실종->소규모 결제수요 발생->
환율 폭등"으로 요약되는데 외환당국의 매도개입으로 결제수요가 충족
됨으로써 폭등세까지 연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주 후반부터 기업체들의 네고물량(원화환전을 위한 달러화 수출대금)과
개인 보유 달러화가 시장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점도 안정세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시중은행 딜러는 "달러화를 팔아야 할 시점이 아니냐고 문의하는 전화가
지난 주말께 부터 부쩍 늘었다"며 "이날 수십만달러를 원화로 바꿔간 고객들
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도 적은 액수이긴 하지만 외환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식투자용으로 고객이 맡긴 달러화가 있는데
12일 종가인 1천7백10원에 사 줄 수 없느냐고 한 외국계 은행이 부탁,
상당량을 매입했다"고 귀띔했다.

그동안 외국인들이 환율급등에 따른 환차손때문에 국내증시 투자를 주저
했던 점에 비춰 이같은 움직임은 적잖은 시사점을 가진다.

<> 향후 전망 =환율상승을 초래한 요인들은 아직 해소되기 힘든 상황이다.

채권발행이나 크레딧라인 재개등 해외차입이 다시 이뤄질 조짐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외환보유고가 단기외채를 갚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올해 이후에 대한 불안감까지 불식시키기는 힘든 양상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해외 전주(전주)들은 여전히 한국을 못믿겠다는
시각"이라며 "북한과의 대치라는 우리만의 리스크를 감안하면 국제통화기금
(IMF)의 긴급수혈을 받은 멕시코 태국보다는 나은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섣부른 안정세 단정은 금물"이라는 얘기다.

<> 변동폭 폐지후 외환시장 =정부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격제한을 폐지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환율이 변동선까지 치솟아 공급이 끊기면서 거래가 안돼 시장이 마비되는
상황은 막겠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환율변동폭 제한이 폐지됨에 따라 시장내 불투명성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외화자금 유입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는 자칫 파국적 상황이
올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 박기호 기자 >

<<< 환율제도 변천일지 >>>

<>.45년 10월 = 고정환율제도
<>.64년 5월 = 단일변동환율제도
<>.80년 1월 12일 = 대미 달러환율 달러당 4백84원에서 5백80원으로 인상
<>.80년 2월 27일 = 복수통화바스킷제도 도입
<>.90년 3월 1일 = 시장평균환율제도 도입, 하루변동폭 상하 0.4%
<>.93년 10월 1일 = 하루변동폭 상하 1.0%로 확대
<>.95년 12월 = 하루변동폭 상하 2.25%로 확대
<>.97년 11월 19일 = 하루변동폭 상하 10%로 확대
<>.97년 12월 16일 = 하루변동폭 폐지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