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에 무슨 횡재가 터진 것 같아.

혹시 미화가 뱀탕집의 소첩이 된게 아닐까? 반반하잖아" 그것이 잠깐동안
가난한 피아골 산동네의 화제가 되었다.

"고것이 어려서 별명이 여시였잖아? 그 가시나 오동통하니 반반하게
생겨갖구 언제 한번 제대로 살아볼 것 같더니만.

정부든 소첩이든 돈만 많이 벌면 장땡인 거여.

술집 같은 데로 안 굴러들어간 것만도 큰 다행으로 알어야제" 미화의
먼 친척 아저씨인 땅꾼 최씨는 황구렁이 한마리를 역사에 없는 값으로
쳐받아서 너무너무 흐뭇하다.

이젠 아예 눈을 부라리고 그놈의 백사의 행방을 염탐하느라 불철주야
동네를 샅샅이 헤매면서 정보를 수집한다.

그러나 그 산신령 같은 백사는 어디로 숨었는지 도무지 소식이 묘연하다.

"엄니, 내가 어느날 슬쩍 회장님께 말했어야.

우리 동네는 말이 많아서 엄니가 살기 힘드니까 구례읍으로 조그마한
아파트 하나 사갖고 이사가고 싶디고 하니 어쩔 거냐구 했더니 영감님
하시는 말씀이 장모님을 편히 모셔야 예의지, 하셨거든.

히히히히, 그 영감님은 인자 내손 안에 제이슨이우.

을마나 돈이 많은지 아우? 그 돈이 모두 내 말대로 주물러진다구"

"무슨 수로 니가 영감님을 그렇게 마음대로 쥐었다 폈다 하냐?"

"히히히, 어렵지도 않어유.

그냥 키스세례를 퍼부으면 된당께로.

영감님이 사족을 못 쓰게 좋아하는 것은 달콤한 키스인데 나는 흥분하면
자꾸 영수 생각이 나지만 참아야제.

영수가 증말 징하게 나한테 잘해줬어라"

"잘 하긴 뭘 잘 해줘.

밤낮 데이트 커피값도 니가 냈담서"

"그런게 있어라.

그 아는 변강쇠라 히히히히.

그리고 나는 요새 핵교에도 다녀요.

전문대에서 컴퓨터도 배우지라.

내 인생이 백팔십도로 바뀌어서 나도 내정신이 아니지라.

조깨만 기다려 보이소.

곧 읍내로 이사하게 해드릴게"

그쯤에서 통화를 끊은 것은 김치수가 올 시간이 되어서였다.

한적한 마을에 새로 지은 아파트는 김치수의 친구되는 재벌회사가
지은 것으로 그는 그 아파트를 아주 싼 값으로 분양받았다.

그리고 모든 가구들은 직접 미화를 데리고 다니면서 자기가 골랐다.

모두 이태리제의 우아한 것들로 고상하기가 공주님방의 실내 디자인
같았다.

미화는 여우같은 센스로 모든 것을 김치수에게 맡기고 하나도 참견하지
않았다.

해봤자 아는 것이 없으니 오히려 가만히 따라다니는 것이 상수였기
때문이다.

"미화야, 니는 왜 의견을 말하지 않니? 너무 내 취미대로 해서 미안하구나"

"저는 회장님을 누구보다도 존경하고 믿으니까요.

그리고 회장님 마음에 드는 것이면 무엇이든 제 마음에 꼭 들어예"

그러면서 그녀는 김치수의 늙은 손등에 입을 쪽 맞춘다.

그녀는 아무 가식도 망설임도 없이 누구 앞에서나 그렇게 어리광을
떨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