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 엄숙한 종교의식을 비즈니스 장으로"

이탈리아가 오는 2000년 성년의 해를 앞두고 벌써부터 이를 돈벌이로
연결시키기 위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황이 지정한 성년 기간중 가톨릭 성지를 방문하고 참회하는 자에겐
속죄의 은혜가 베풀어지는 까닭에 이탈리아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이번 성년에 약 1천8백만명의 성지순례자와 관광객들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이 평균 이틀씩만 로마에 묵어도 현재의 두배인 하루 약 5만명이
로마를 찾는 셈이 된다.

이에따라 이탈리아 정부는 이 행사를 치르기 위해 3조5천억리라
(2조1천억원)를 투입, 공항 도로 숙박시설 정비와 관광명소 보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성년 비즈니스가 성공할 기미는 벌써부터 발견된다.

"주빌레움(Jubileum, 성년의 라틴어) A.D.로마"란 글씨를 박은 5천리라
(약 3천원)짜리 T셔츠, 3천리라(1천8백원)짜리 루자리오 묵주, 머플러,
모자, 비디오테이프 등 성년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중에서도 최고의 히트상품은 "순례자 배낭".

가톨릭 전통에 따른 물과 음식, 기도문과 로마 시내지도, 박물관 입장표,
모자 등을 모은 일종의 패키지 상품이다.

이같은 종교 행사의 상업화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성년을 처음 지정한 사람은 7백년전 교황 보나파시우스 8세.

당시만해도 1백년에 한번씩 지정돼 왔으나 1470년 교황 파올로 2세이후
지금처럼 25년에 한번씩 열리고 있다.

< 밀라노=황인경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