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 한등끄기, 엘리베이터 이용줄이기, 외출시 전원코드뽑기..."
에너지 절약하면 쉽게 떠올리는 아이디어들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주민들을 찾아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아 이같은 에너지절약을 생활속의 작은 실천
으로 앞장서는 사람들이 있다.

17일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대강당에서 열린 전국아파트 에너지절약경진
대회에 나선 전국 5백25개아파트단지 35만여세대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날 대상은 받은 대구시 수성구 지산1동 녹원맨션자치회에 돌아갔다.

이 아파트단지 자치회는 지난 94년부터 에너지절약운동을 생활화해왔다.

생활속의 에너지 절약으로 연간 2백40억달러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량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다.

지난해부터는 에너지합리화와 주민부담 절감을 위해 중앙집중방식 연료로
쓰이는 벙커-C유를 LNG로 교체했다.

또 지하주차장에 있는 전등 30개를 아예 철거했다.

CC-TV(폐쇄회로)설치에 따라 최소한의 전등만 남기고 불필요한 전등을
모두 없앤 것이다.

또 층마다 3개씩 설치된 계단등도 주민의견을 모아 각 1개씩으로 줄였다.

생활하기에 불편이 없는데 굳이 전등을 켜놓아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민들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자발적으로 녹색조명기구 사용, 엘리베이터 격층운행, 가로등절전 등
손쉬운 일도 실시했다.

올해부터는 외부기온을 항상 측정해 지나치게 실내온도를 높이는 것을
막기도 했다.

5백42세대 주민 모두가 이같은 노력에 동참하면서 이 아파트단지는 올해
만도 지난해에 비해 5.4%의 전기에너지를 절약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인호 자치회장은 "꼭 필요한 전등외에는 소등하기, 외출시 전원코드뽑기
등 생활속의 작은 실천으로 에너지절약에 앞장서 관리비도 약 10%가량
줄었다"며 "가정과 직장에서 에너지 10%씩 절약하면 연간 20억달러 이상
무역수지가 개선된다"고 말했다.

이날 금상을 받은 로얄맨션(경남 거제시 목포1동)이나 청구타운(대구
수성구 지산1동)주민들도 이처럼 에너지 절약을 몸으로 실천한 케이스다.

로얄맨션은 야간 12시부터 새벽까지 계단등을 모두 소등, 연 7%의 전기료를
절감했다.

청구타운도 공동복도 1개등 절전, 전열기 사용자제, 에어콘 대신 선풍기
사용 등을 통해 지난해에 비해 4% 에너지를 줄였다.

청구타운 김종호소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에너지소비량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에너지소비량도 세계 5위에 달한다"며 "주민들 사이에서 이번 IMF
한파속를 에너지를 절약하는 작은 생활의 지혜로 돌파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 참석자 1백여명은 현재의 경제난국을 극복키위해 에너지
절약운동 등을 생활주변에서부터 실천할 것을 다짐하고 "경제살리기 1천만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