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인 로버트 타운센드 박사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합의문에 명시된 것처럼 한국정부가 부실금융기관을 조속히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초청으로 내한한 타운센드 교수는 17일 KDI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하고 "태국처럼 차일피일 미룰 경우 금융기관의
연쇄적인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타운센드 교수는 그러나 "IMF합의문상의 통화긴축이나 금융기관간 경쟁증진
등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효율적인 금융시스템의 개선은 필요하지만 무조건인 경쟁유도는
오히려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금융거래자간 신용계약이
최대한 지켜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경제 전체에 영향을 주는 외적 충격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이
금융권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최근 한은의 금융권에
대한 자금지원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IMF와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이와함께 그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성장 물가 등 거시지표에 집착
해서는 안되며 기업이나 국민 개개인의 위기대처방식(자산구성 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대기업그룹의 상호채무보증은 그룹내부의 위험분산 효과도 있지만
비효율적인 금융거래를 초래,부실계열기업의 퇴출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타운센드 교수는 현재 IBRD의 개도국지원 프로그램 컨설턴트로 특히
아시아국가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영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