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동안의 반목과 질시를 넘어 모두가 한마음으로 국난을
극복해야 할 때이다"

"새 대통령은 국민들의 존경속에서 임기를 마치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 등 경제난 극복의 과제를 떠맡을 새로운
대통령으로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가 확정되자 뜬 눈으로 TV앞에 개표실황을
지켜본 국민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유세기간중 박빙의 혼전으로 어느때보다 관심이 집중되던 대선이었던
만큼 각 가정에서는 저녁식사시간 무렵 개표가 시작되자 채널을 고정시키고
득표율 추이에 관심을 집중했다.

늦게까지 개표상황을 지켜본 시민들은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만큼 한마음으로 국민대화합을 이뤄 한강의 기적을 다시 한번
일궈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밤 경제난으로 가뜩이나 썰렁한 거리에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유흥가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성탄절을 1주일 앞둔
연말분위기는 아예 찾아볼 수 조차 없었다.

이날밤 8시께 전국의 1만6천4백7개 투표소에서 도착한 투표함들이
모아지고 개표가 시작되자 국민들은 가족이나 이웃친지들과 함께 모여
개표결과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들은 자신이 찍은 후보의 지지율이 변할때마가 행여 선두에 변화가
있을까 조바심하면서도 스스로 선택한 후보를 끝까지 응원하는 끈기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자정께 당락의 윤곽이 드러나면서부터는 새로운 지도자가
확정될 밝은 날을 위해 잠자리에 드는 정이 늘어났다.

남대문 동대문 평화시장 등 서울의 주요 시장에서는 상인들이 평소보다
조금 일찍 문을 닫았다.

선거개표방송으로 손님이 평소의 절반수준으로 현저하게 줄어들자
아예 귀가를 서두르는 한편 문을 연 상인들도 삼삼오오 개표결과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 일산 자택 표정 ]]

국민회의 김대중 당선자의 일산 자택주변은 19일 새벽 김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자 이웃 주민 3백여명이 모여들어 김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는 등
잔치 분위기를 이뤘다.

주민들은 김당선자의 자택주변을 에워싸고 불꽃놀이를 벌이고 노래를
부르며 "대통령 김대중"을 연호했다.

이에 앞서 김후보는 강남 삼성의료원에 마련된 동생 대의씨의 빈소를
문상한후 18일 저녁 9시5분께 정동영 대변인, 김한길 의원과 일산 자택으로
돌아와 TV를 통해 개표결과를 지켜봤다.

김후보는 이날 자정무렵 당선이 유력함을 확인하고 정대변인 등과 19일
일정에 대해 의논한후 잠자리에 들었다.

김당선자는 19일 오전 8시 자택 앞뜰에서 당선소감을 밝히고 국민들의
지지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할 예정이다.

이어 김당선자는 오전 9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에게 당선인사를 하는 한편 향후 국정운영 방향과 경제난
타개방안 등에 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김당선자는 회견이 끝난뒤 동작동 국립묘지와 4.19 묘역을 잇따라
참배할 예정이다.

< 장유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