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은 19일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지난
6개월여의 대선일정이 끝나자 조만간 금융시장이 안정돼 자금조달 경색국면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새대통령이 확정되면서 권력누수에 따른 은행권의 "나 먼저 살기" 행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각 그룹들은 특히 김당선자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IMF와의 협정을
준수하겠다고 천명함에 따라 외환위기도 조기에 종식될 것으로 예상했다.

발빠른 일부 그룹들은 김당선자가 그동안 유세과정에서 내놓은 공약사항을
하나씩 재점검하며 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 미칠 영향분석작업에
착수했다.

현대그룹은 김당선자가 선거 이전부터 제철사업에 진출하는데 반대하지
않겠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며 숙원사업의 실현가능성을 높게 평했다.

동아그룹도 동아매립지를 용도변경해 관광 물류 교육단지 등으로
개발하겠다는 김당선자의 공약을 들어 그룹의 숙원이 풀리게돼 임직원들
모두가 큰 기대에 차 있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특히 경영난을 겪고 있는 그룹들은 지역적 연고를 내비치며 김당선자가
앞으로 특별한 지원책을 마련해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기아그룹은 김당선자가 기아자동차 공장을 방문했을 때 "기아자동차의
인위적인 제3자 인수는 반대한다"고 밝힌 점을 들어 기아의 자력회생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라그룹은 대기업그룹 중 유일하게 김당선자의 정치적 본거지인
목포인근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선거결과에 은근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와 함께 재계 일각에서는 금호 대상 삼양사 해태 거평 신원 나산 등
지역연고가 있는 그룹들이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해당 그룹들은
이같은 예상에 시큰둥한 반응으로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들 그룹들은 지금까지도 중립적인 입장을 지켜 왔고 앞으로도 이같은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호남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동안 자의반 타의반으로 김당선자와 소원했던일부 그룹들은
대선유세 과정에서 불거진 경제청문회 등의 실현가능성에 촉각을 곧두세우며
"다시는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견해를
조심스레 펴보이고 있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