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의 거부이면서 M&A전문가로 서유럽에 널리 알려진 알 왈리드사우디
왕자.

그가 한국기업사냥을 위해 20일 방한할 예정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왈리드왕자의 방한은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그가 최근 아시아기업인수에 관심을 표명해왔던 점에 비춰볼 때 국내 시중
은행이나 대기업 사냥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라는 게 이곳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가 한국기업 사냥에 나설 경우 1차 관심대상은 시중은행일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소유에 애착이 많고 그 자신이 파이낸스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과의 친분을 고려하면 대우가 최근 인수한 쌍용자동차
에 지분을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중은행에 지분을 참여할지 아니면 통신 등 첨단산업
기업을 인수할지 그의 거취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울 것만은 분명하다.

파드사우디국왕의 조카인 그의 재산은 자그만치 1백20억달러를 넘는다.

올들어 언론재벌 루퍼트 미독소유의 뉴스 코프사의 주식 5%를 비롯해
인터넷 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과 미국의 모토롤라 주식을 각각
5% 사들였다.

여기에 투자한 돈만도 12억달러.

최근에는 대우중공업 지분 5.9%와 말레이시아 자동차메이커인 프로톤사의
지분 5%를 3억달러에 매입했다.

왈리드왕자는 처음 호텔사업에 손을 댔다.

최근들어서는 은행 미디어 통신업체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냥에 나서고
있다.

지난 91년에는 몰락직전에 있던 미국 시티은행의 8.3%를 6억달러에 매입,
현재 자산가치만 51억달러에 달하는 건실한 은행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일조
했다.

그는 시티은행의 최대주주다.

< 런던=이성구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