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에서 질로"

철강업계에 고부가가치경영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과다투자, 공급과잉, 그리고 수요침체의 3요소가 빚어낸 악순환의 굴레에서
외형을 앞세운 판로확대경쟁에 치중해왔던 철강업계가 내실을 다지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실속경영으로 가닥을 고쳐잡고 있다.

철강업체들의 "실속우선"바람은 단순확장기를 넘어 성숙단계를 맞은 국내
철강업계가 글로벌경쟁시대의 초일류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체질강화노력에
전사력을 집중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함께 내부도태 및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한 관리경제체제라는 특급
태풍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양적팽창보다 질적향상으로 경영의
물꼬를 틀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각 업체에 짙게 깔려있다.

실속챙기기에 그 어느업체보다 앞장서는 프런티어기업으로는 우선 포철을
꼽을 수 있다.

포철은 국내기업들에는 생소한 개념의 EVA(경제적부가가치)라는 새로운
지렛대를 경영의 지표로 도입, 실질수익극대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

포철의 EVA경영은 주주들의 기대수익률까지도 경영활동의 비용항목으로
고집할만큼 엄격한 평가방식을 채택, 전통적인 회계기법보다 한층 더 기업의
속살을 찌우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예컨대 어느기업이 10억원(은행돈 5억원, 자기자본 5억원)을 투자해 은행
이자를 지불한후 5천만원을 남겼다고 할 때 이제까지의 전통회계에서는 이
금액이 고스란히 순익이 된다.

그러나 EVA경영에서는 자기자본 기대수익률이 8%라고 가정하면 순익은
이를 차감한후의 1천만원이 된다.

5천만원중 4천만원이 줄어들만큼 엄격한 의미의 수익개념을 채택하고 있는
셈이다.

포철은 94년부터 EVA도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업구조의 리스트럭처링을
과감히 단행, 27개에 달했던 계열사를 16개로 줄이는 대규모의 수술작업을
했다.

내년부터는 모기업인 포철뿐 아니라 국내외의 전계열사를 상대로 EVA를
채택하기로 했으며 포항제철소의 44개공장과 광양제철소의 33개 공장에
대해서도 공장별 평가방식을 전면 도입할 예정이다.

전기로업체인 인천제철은 경쟁력강화운동인 "3TOP"운동을 통해 수익력배가
에 나서고 있다.

품질 원가 서비스의 3개부문에서 3년이내에 국내최고수준을 달성하는 것을
1차목표로 세워놓고 있는 이 회사는 핵심과제인 제품품질과 관련, 올해말까지
폐철발생률 및 시험치불량률을 제로(0)%로 낮추는 전사적운동을 실시중이다.

원가부문은 제강 압연 주강 스테인리스 등의 조업 원단위를 대폭 절감하는
것과 함께 생산성향상, 인적자원의 합리적재배치 등을 통해 국제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시대에 적합한 정보수집능력 확보와 신속한 정보교환을 목적으로
제품 및 시스템의 모든 라이프사이클에 관련된 정보를 표준, 디지털화해
사내는 물론 고객 납품업체에까지 정보를 공유하도록 할 계획이다.

인천제철은 이에앞서 지난해부터 장기적인 경쟁력강화의 토대구축을 위해
수개의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해오고 있다.

영업 수주 생산 출하 등의 전부문에 컴퓨터통합생산관리시스템(CIM)을
도입하기위한 태스크포스팀과 표준화추진팀, 그리고 사내생산제품의 물류
흐름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출하시스템 개선추진팀이 대표적 사례들
이다.

인천제철은 내년부터는 경기부진으로 판로가 크게 위축되고 철강업계내부의
구조조정 움직임도 거세질 것으로 판단, 내부수익극대화에 치중하는 한편
지속적인 3TOP운동을 통해 오는2004년까지 세계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방침이다.

동부제강이 올해1월부터 시행중인 목표이익관리제도도 업계의 시선을
모으는 실속경영의 한 대목이다.

경영활동의 큰틀을 "질적경영(이익중심경영)의 실현"으로 설정해 놓고
있는 동부는 이를 위해 사장(윤대근)이 위원장이 되는 전사 목표이익설정
위원회를 설치하고 수익극대화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회사의 기반시스템이 되는 생산 판매 원료관리 인사노무 등 각부문에
목표이익을 설정 배분해 놓고 이를 항시 체크해 나가는 이 방식은 "선이익
후허용비용"의 큰 틀하에서 작동한다.

또 이익개선 및 원가절감배분은 하향식으로 이뤄지나 이를 전제로 한 부분
목표값 설정은 상향식으로 전개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회사 경영관리팀의 정동균과장은 "목표이익관리제도는 수익기반을
충실히 하는데 근본목적이 있다"며 "잘 운용해 나간다면 현재 2~3%수준인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을 중장기적으로 5%대까지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부제강은 내년 6월부터 가동예정인 아산만 신공장의 건설공사에도 목표
이익관리제도의 개념을 도입, 눈길을 끌고 있다.

동부는 1조원의 대규모자금이 투자되는 이 공장의 건설과정에서 불필요한
공사비를 절감하는 등 전방관리업무의 수준을 높이고 중복투자를 막아 투자
효율을 최대한 제고한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냉연강판 65만t 등 총1백30만t의 생산능력을 갖출 이 공장에 동부는 통합
생산관리시스템과 함께 최첨단의 생산출하 무인시스템을 구축, 수익력극대화
를 이끌어갈 최대의 생산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 양승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