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22일 "가급적 대량실업사태는 피하려고 노력
하겠지만 기업이 부도가 나거나 파산했을 경우 근로자 해고는 불가피할 것"
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하는 정리해고제도입을 사실상
수용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주목된다.

김 당선자측은 이날 여의도 국민회의 당사를 방문한 데이비드 립튼 미
재무차관과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 미국대사, 미 연방준비이사회(FRB) 관계자
등 미국측 대표단 5명과 IMF 협약과 관련해 가진 협의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정동영대변인이 전했다.

김 당선자측은 또 "생산성향상과 국제경쟁력향상을 위해 기업과 노동자,
정부가 임금억제 뿐만 아니라 약간의 삭감까지도 감수해야 한다"며 노.사.정
3자 협약추진의사를 밝혔다.

이날 협의에서 미국측은 김 당선자에게 기존 IMF 협약준수는 물론 노동
시장개혁을 포함한 IMF와의 추가협약과 이에 따른 한국정부의 보다 과감한
경제개혁정책 제시를 강력히 요구했다.

립튼 차관은 "기존 IMF 협약에 불충분한 부분이 있어 IMF 프로그램을 좀더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했다"면서 "국제사회의 재정적 지원을
가속화시키기 위해서는 IMF프로그램을 좀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립튼 차관은 특히 노동시장문제와 관련, "임금과 고용안정을 둘다 성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새 정부가 많은 사람의 일자리 유지에만 목표를 둔다면
결과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IMF지원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여 개혁조치를 할 경우 한국경제는
2년뒤 다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한국정부의 개혁조치가
빠를수록 경제난국타개에 도움이 되고 미국정부도 좀더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립튼차관은 이와함께 외환의 보수적 운용과 보다 과감한 시장개방조치 등을
요구했다.

김 당선자측은 이에대해 외환의 보수적 운용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고 원화
가치 안정을 위한 미국측의 적극적인 지원도 요청했다.

김 당선자측은 오는 24일까지 립튼차관 일행과 추가협의를 계속하는 한편
방한중인 휴버트 나이스 IMF 협의단장과도 면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당선자는 이날 오후 IMF, 세계은행(IBRD) 총재에 이어 사토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와 전화통화를 갖고 IMF 협약 준수의사를 밝히고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사토 총재는 이에대해 "힘껏 돕겠다"고 호응했다.

<허귀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