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년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시에서 세계전기통신대회인
"인텔콤77"이 열렸다.

이 대회에는 각국에서 내로라하는 통신분야 전문가들이 참가했다.

여기서 후에 일본전기(NEC)의 회장을 지낸바 있는 소림굉치씨는
"가까운 장래에 통신과 컴퓨터는 반도체를 매개체로 해서 서로 결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해진 "C&C(컴퓨터와 통신의 접합)"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다.

2년후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일컴퓨터회의와 댈러스에서 열린
인텔콤 79에서도 같은 얘기를 강조했다.

그해 그는 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소위 통신은 디지털화하고 기술적 공간적으로 2000년께는 무한하게
진보할 것이다.

또 컴퓨터는 고성능에다 다목적인 것으로 발달한다.

20세기가 끝날 무렵에는 이들 양자가 결혼할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이나 유럽사람보다 먼저 소림씨는 반도체가 디지털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던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디지털혁명은 일본보다 미국에서 먼저 이루어졌다.

그리고 지금 이 혁명의 "상징적 선구자"인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사 등은
미국경제의 활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핵심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윈도"로 세계 PC시장을 주무르고 있다.

앤드루 그로브의 인텔사는 마이크로칩으로 컴퓨터뿐 아니라
현금자동지급기 오디오 비디오 휴대전화 등 각종 전자기기분야에서 강자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마이크로칩의 대부"인 앤드루 그로브(61)
인텔회장을 97년 올해의 인물로 뽑았다.

타임은 최신호에서 "올해 미국경제가 거둬들일 수확은 그의 업적과
무관할 수 없으며.

마이크로칩의 힘과 잠재력을 혁신함으로써 신경제 성장을 추진하는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라고 칭찬했다.

그로브 회장이 인류최초의 마이크로칩인 4비트짜리 "인텔4004"를
발표한 것이 1971년이다.

그가 소림씨의 C&C사회에 대한 선견을 발언당시부터 귀담아 들었는지
궁금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3일자).